흐르는 시간의 블로그...

조작된 미래를 홍보하는 참여정부

정부는 한미 FTA 체결 시 한국은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서비
스 산업이 질적으로 발전하며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한미 FTA에
대한 홍보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자료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런 장밋빛 미
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매우 미비했다. 더 큰 문제는 취재 결과 정부의 이
러한 홍보자료가 급조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으며, 심지어 몇몇 자료들은 조작과
은폐의 의혹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에 대해 정부가 의존하고 있는 유일한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하 KIEP)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특별한 연구 기획을 2005년까지 없었다. 2006년 1
월부터 발표된 급조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미FTA 보고서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의혹 어린 시선을 받았다.

취재진이 확보한 미발표 보고서에서는 대미 무역수지 감소폭이 무려 72억 7천만 달
러로 추정되었는데, KIEP 측은 공식 보고서에서는 이를 뺀 채 발표하였다. 문제는
열흘이 지난 후 이 수치는 다시 43억 달러로 바뀌어져 있었다. 쌀을 FTA 대상에서
넣거나 혹은 빼는 과정에서 벌어진 헤프닝이라고 해명하였으나 문제는 대외무역수
지를 제외하고 다른 수치(GDP를 비롯한 다른 경제지수)는 전혀 변동이 없었다. 자
료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논란에 휩싸인 KIEP의 자료는 이미 경제부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한미 FTA 홍보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또한 참여정부는 미국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먼저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
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한미 FTA에 대한 홍보를 대대적으로 한 바 있다. 하
지만, PD수첩 제작진이 직접 확인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현재는 결코 밝지 않았다.

FTA 그 후, 그들에게 남겨진 것들 1. 캐나다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멀루니 전 총리가 NAFTA를 추진했던 캐나다에서도
NAFTA의 부정적인 효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회보장제도에 있어서 가장 모
범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캐나다의 경우 미국과의 경제통합이 진행되자 기업의 사회
적 책임이 사라지게 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이 고갈되었다. 다양한 정부보조금
역시 삭감되었다. 미국 노동시장 수준의 노동 유연성이 강요되면서 실업자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고용보험이 약화되면서 늘어난 실업자들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
는 실업자의 수가 NAFTA 이전 90% 정도에서 현재 40% 미만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NAFTA의 여파는 교육계까지 이어졌다. 캐나다 대학에 침투한 미국 기업은 교내 식
당에서부터 학생 대출 프로그램까지 장악하고 있게 되었고 등록금은 무려 200%가
량 올랐다.

취재진이 찾은 캐나다의 주요 도시에서는 어김없이 홈리스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
데, 이는 NAFTA 이후 캐나다의 현재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현재 캐나다 최대 도
시 벤쿠버의 경우 지난 3년 간 홈리스의 수가 두 배 가량 증가하였고, 홈리스 직전에
놓인 빈곤층의 수는 무려 5만 6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빈곤층의 폭발적 증가에도 불
구하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예산은 10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사회적 약자
를 배려하는 복지국가 캐나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캐나다 지식인들
의 증언이었다.

FTA 그 후, 그들에게 남겨진 것들 2. 멕시코

노무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있을 때마다 멕시코와 한국은 다르
다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멕시코는 한국과 너무나 유사하였
다. NAFTA 이후 멕시코는 외국인 투자의 급격한 증가와 수출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고용의 질은 오히려 하락하였으며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전
통적인 중산층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는 심해졌다. 은행
의 민영화로 공공성은 사라졌다.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각종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
였다.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는 것 같지 아니한가?

중산층이 붕괴하자 공공의료를 떠받치던 재원은 고갈되면서 IMSS라는 공공의료서
비스는 급격하게 퇴조하였다. 도로교통, 철도교통, 통신, 곡물유통 등의 주요한 공공
서비스가 NAFTA 체결과 함께 완전 개방되어 민영화가 진행되었다. 돌아온 것은 엄
청난 요금 인상 뿐 이었다. 옥수수로 만든 대표적인 멕시코의 서민 음식 또르띠야의
가격은 NAFTA 체결 전후와 비교를 할 때 3배 이상 뛰었다. 국영기업이 담당하던 곡
물유통체계가 민영화되면서 현지 농가의 옥수수의 가격과는 무관하게 거대 곡물유
통기업(미국의 카길 등)에 의해 엄청난 유통마진이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다. 현재 멕시코 국민들은 심각한 양극화와 함께 공공서비스의 후퇴로 말미암아 이
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OECD 국가인 멕시코에서는 현재 전체 노동자의 40%만이 공식적인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난 때문에 집을 나와 생계를 책임지거나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거
리의 아이들의 수가 110만 명이 넘는다. FTA와 관련하여 참여정부의 홍보와 놀랄 정
도로 흡사한 내용의 광고를 펼쳤던 멕시코 정부가 약속한 풍요로운 미래는 다만 다
국적 기업과 멕시코 대기업, 그리고 관료들에게서만 관련해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PD수첩에서는 참여정부의 한미 FTA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을 살펴보고 이런
상태로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충격이 던져질
지 예상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