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칼럼] 평등주의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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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칼럼]평등주의의겉과속/한국일보
2005-03-2221:46:53
소득격차비해자산격차심해
개인·가족차원에서만작동
많은사람들이한국은평등주의가매우강한사회라고굳게믿고있는것같다.이른바‘위화감’이라는단어가자주사용되고“배고픈건참아도,배아픈건못참는다”는삶의철학을가진사람들이많은걸로미루어보아그런믿음은꽤그럴듯하게보인다.그러나좀더자세히살펴볼필요가있다.
우선한국사회의불평등정도가양호한편이라는속설부터점검해보자.분배불평등도를측정하는대표적인지표인지니계수(GiniCoefficient)를보면한국은분배가제법잘돼있는나라다.유엔개발기구(UNDP)의인간개발보고서(2004년판)에따르면,세계각국의지니계수순위에있어서한국은127개국중27위를차지했다.
그러나그런순위는단지‘소득격차’만말해줄뿐이다.부동산등과같은‘자산격차’(부의격차)가훨씬더중요하다.‘자산격차’에대한통계를집계하지않아서그렇지,이걸감안하면한국은불평등의정도가매우심한나라로급전직하한다.
한국의1673만가구가운데무주택가구는절반이넘는841만가구나되며,상위28만8천가구는각기집을5채이상갖고있다.한국의가처분소득대비집값은주요국가의2.5배나되며,땅을포함한부동산보유세의실효세율(부동산시가대비세금)은0.22%로주요국가의3분의1이하수준이다.
최근대구가톨릭대전강수교수가종합토지세납부자료를근거로연구한결과에따르면,국내땅부자인상위1%가전체토지의절반에가까운45.3%,상위10%가72%를소유하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김태동금융통화위원은최근3년간부동산가격이급등하면서최소500조원의불로소득이생겼고그러한불로소득의대부분이50만명정도의주택.땅소유자에게집중됐다고지적한바있다.
말이야바른말이지,이정도되면한국적삶이라는게코미디아닌가?더욱안타깝고서글픈건이나라의양심과도덕을대변한다고알려진저명인사들조차도땅투기로부터자유롭지못하다는사실이다.
평범한노동자가평생을벌어도모으지못할액수의돈을불과수개월또는수년만에땅‘투자’를해서벌고나서도아무런도덕적거리낌없이‘정의’와‘개혁’의선봉에설수있다는게이나라엘리트층의슬픈자화상이다.
최근의재산공개는한국정치사상가장개혁적이라고자화자찬하던17대국회도의원들의재테크실력만큼은93년9월공직자재산공개가이뤄진후최고임을보여주었다.
한국인은평등주의가강한가?외국에서분배론을공부하고돌아온경제학자들에게물어보라.그들의스승은어디가서분배의‘분’자도꺼내지말라고경고했을것이다.분배는‘불온사상’으로간주되었기때문이다.이건옛날이야기가아니다.현재진행형인이야기다.
이는모든국민이다알고있는상식이다.여기에늘‘밥그릇싸움’을개혁으로포장하는정치엘리트에대한환멸도가세해국민은사회적.제도적차원의평등주의를꺼리거나불신한다.그래서한국인의평등주의는철저하게개인.가족차원에서만작동하며,그주요수단이‘자녀교육’이다.그래서‘자녀교육’은전쟁이된다.
노무현정권의일부분배관련정책이매우어설픈데다천박한정략의냄새가진동하면좀더효과적이고탈(脫)정략적인대안을제시해야지그걸색깔공세의소재로삼는건잔인한일이다.
평생을벌어저축해도집한칸마련할수없다는암울한전망으로좌절하고있는수백만가구의사람들이한(恨)맺힌나머지드러내는행태의일부를지적하면서“한국인은평등주의가너무강한게문제다”라고이야기하는건더욱잔인한일이다.
강준만전북대신문방송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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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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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으로부터의자유를위하여
고종석2005-03-0323:36:15
복고(復古)의욕망으로몸이단우익만담가들의엄살과달리,오늘날한국에서언론의자유는극성기를맞은듯하다.올드미디어든뉴미디어든,거대자본매체든소자본독립매체든,제하고싶은말을못해끌탕을하는언론은없어보인다.이제한국의언론을규제하는것은자본의운동력과언론인개개인의양심또는셈속뿐이다.
1988년이전까지만해도미디어대부분이정치권력의직접적통제아래있었다는것을생각하면,오늘날언론이누리는거의무제한의자유는정녕놀랍다.언론은그자신크게기여한바없는한국민주주의의가장큰수혜자다.
그러나한국언론이커뮤니케이션의공변된매개물로보이지는않는다.특정한정파나계급집단에동화되지않고공동체전체의일반언로가되고자하는언론을찾기는쉽지않다.1987년시민항쟁의결과로표준적선거제도가복원되자마자,몇몇신문은그시기의지배적정파와몸을섞으며수구신성동맹의일원이되었다.
당초엔동맹내부의하위파트너였던이신문들은강준만이‘권력변환’이라고부른과정을거치며수구동맹전체를지휘하는상위파트너가되었다.거침없는막말로신문언어의음역(音域)을넓히는데크게이바지한한신문은87년이후네차례대통령선거에서그자신이언론기관이라기보다정치집단이라는것을주저없이드러냈다.
언론의정치세력화가수구진영에서만일어난것은아니다.해직언론인들을중심으로6월항쟁이후창간된국민주신문이특정중도정파로부터비판적거리를잃어버리게되는데는그리긴시간이걸리지않았다.
주류언론다수가수구동맹의일원이었던상황에서이신문의중도정파감싸기는균형을위한일종의에누리라고도볼수있었고,그점에서정의로웠던것도사실이다.그러나주류언론과대항언론의정치적편향은오래지않아초기의비대칭성을치유했다.
올드미디어의주류는오늘날에도여전히수구동맹에속해있지만,온라인매체의주류는개혁담론에휩쓸려여권과어깨를겯고있는있는것같다.모든정파가언론행위의중요성을잘인식하고있다.대통령이국무회의에서‘홍보가곧정책’이라고말했을정도다.
그런한편,형식의신구(新舊)를가리지않고언론전반이자본에깊이포섭되고있는것도민주화시대의특징적현상이다.오늘날주류매체는대체로총자본의일원이다.그렇지않은경우에도,매체의논조에영향을줄수있는가장큰힘은이제정부의의지도시민들의불매운동도아닌광고주의평가다.
그래서수구매체도특유의냉전적논조가우연히자본의운동을거스르게되는특정국면에서는잠시나마꼬리를내릴수밖에없다.마찬가지로,개혁적매체의리버럴리즘이나진보주의역시자본의공세앞에서무뎌질수밖에없다.
광고는매체의힘에비례해따라붙고매체의힘은그소비자들의(구매력)크기에비례하므로,어쩌면언론의자본종속은대중민주주의의완성을뜻하는지도모른다.
그러나이때의대중은,독자로불리든시청자로불리든네티즌으로불리든,언론(이대표하는정파나언론을통제하는자본)에얽매인노예이기쉽다.독자들은,지난세기에한독일비평가가우려했듯,기자들을장교로삼는언론이라는군대의병사에불과하다.
여느군대에서처럼,언론이라는군대안에서도병사는그저명령에복종할수밖에없다.개전이나휴전의결정,작전의수립이나변경에그가간여할수있는부분은전혀없다.
독자들은자신이독립적으로판단하고있다고생각하지만,그판단은기실언론군사령부에서내려온것이다.주체적개인의소멸,이것이야말로민주주의의위기다.그러므로지금이순간민주주의자가외쳐야할것은언론의자유라기보다언론으로부터의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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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한국의이념지형에서기괴한것은흔히신자유주의라불리는자유지상주의(근본주의적자유주의)가유사파시즘적국가주의와만들어내고있는맥놀이다.시민사회영역에대한국가의개입에경기를일으키는자유지상주의자와,국가를의인화해충성스럽게섬기는유사파시스트가서로에게아무런이질감을느끼지않는다.
그래서자유지상주의자는대수롭지않게박정희를찬양하고,박정희숭배자는거리낌없이최소정부론을외친다.정치학자로버트달이‘민주주의와그비판자들’에서민주주의의두적으로거론한무정부주의와수호자주의가통정하고있는꼴이다.
이두세력은단지정을통하기만하는것이아니다.자유지상주의와국가주의는드물지않게한입에서발설된다.아침에는시장의거룩함을주장했던사람이저녁에는애국주의의화신이되고,어제는투철한국가관의확립을선동했던신문이오늘은경제적자유의신성불가침을외친다.
이것은자유지상주의와국가주의의이념적친화를뜻하는가?그럴리는없다.개인적선택을절대시하는자유지상주의와집단을물신화하는국가주의는물과기름이다.그둘을동시에주장한다는것은,그주장이진심이아니거나주장자가정신분열증환자라는뜻이다.
그러면어쩌다가한국에서이둘은한몸뚱이를이루게됐는가?그것은이념적간극을가뿐히넘어서는인적연속성때문이다.박정희시대의국가주의자들은,제몸에국가주의의흔적을남긴채민주화시대의자유지상주의자로변신했다.왜?그것이‘세계화’라는대세의공식이념이기때문이다.
물론그가운데완고한일부는아직도국가주의에매달려있고또다른일부는세련된자유지상주의자로완전히전향했지만,상당수는‘고향에대한그리움’과‘먼곳에대한그리움’이라는이형동질의낭만적파토스를오가며이화해할수없는두이념을한몸으로부둥켜안고있다.
한국의국가주의와자유지상주의는‘박정희의친구들’이라는동일인구집단에혈연적바탕을두고있다는점때문에쉬이분리되지않는다.그것이한국에서우파와극우파를구별하기어렵게만든다.이들이함께내세우는것은타락한‘자유’의구호다.
이범우파블록안에서시간은자유지상주의편일것이다.세계화의해일은이내국가주의자들의기를꺾어놓을것이고,분열증적개인들의내면에서도자유지상주의는국가주의를이길것이다.국가위세를특별히중시하는초강대국이아닌나라에서,동원된애국심이계속자본에맞먹는결기를유지하리라고기대하기는어렵다.
국가보안법이자본운동의걸림돌이라고판단되는순간,우익진영의폐지반대목소리는쑥들어갈것이다.자유지상주의는한국의전통적수구기득권층만이아니라그들의정치적경쟁자들도꽤개종시켰다.지금한국에서자유지상주의는개혁의이름으로관철되고있고,여권의주류는총자본에굴복한듯하다.
이것은물론우리만의사정은아니다.자유지상주의의범람은세계화에시큰둥한유럽에서까지목격되고있다.그러나서유럽국가들에맞먹는경제규모를지니고있으면서도그나라들이두세세대전에이룩한복지시스템이없는한국에서이것은재앙이다.서유럽과달리우리에게는줄일복지자체가없다.
사회경제적약자들을위한복지시스템구축과공동체구성원사이의연대를핵심가치로삼는좌파적감수성이우리사회에특히긴요한것은그래서다.‘부자에게세금을서민에게복지를’이라는슬로건은한정당의선거구호를넘어우리사회를운영하는기술적근본원리가돼야한다.
세법손질움직임이조금이라도부자에게불리하다싶으면좌파세상이왔다고호들갑떠는야당과우익언론이민생을얘기하는것은뻔뻔한일이다.민생은본디좌파적가치다.우리사회에는좀더많은좌파가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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