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린 애국질과 황당한 자본파업
폴티에서 무단으로 퍼옴... ^^
철원이 아자씨 글...
퍼오면서 하나 더 붙이자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날은 언제쯤이나 올것인가.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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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흑인이라고 언제 사람같이 취급이나 했느냐. 어렵게 혼자 살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잘 되면 쳐다보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도 안보는 게 한국 풍토 아닌가."-하인스 워드 모친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 중에서- 고마해라, 애국질... 더이상은 몇몇 이해 관계자들과 자폐증 환자들을 제외하고 황우석 사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없다. 그저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검찰수사의 최종결론을 지켜보며 세기적 과학사기의 종주범과 비정상적 국세 횡령사건의 복마전이 밝혀지는 것만 남은 셈이다. 그리고 이후의 문제는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일선 과학도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과학계와 정부가 새로운 발전 청사진을 함께 내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더이상 이로 인하여 수십조의 국익이 현실화된다고 선동했던 정신나간 오바꾼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그러함에도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복도 무척 많은가 보다. 황우석 사태로 인하여 온 국민이 갑자기 줄기세포에 대한 교양과 상식을 학습을 받더니, 급기야 어쩌다가 걸리는 AFKN에서나 간혹 보았음직한 미국의 슈퍼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대화판의 왕따가 될 지경이 아닌가? 막말로 과거 정치판에서 떠돌던 이인제 학습효과보다 범위와 파장이 훨씬 컸던 황우석 학습효과의 후속편이라고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하인스 워드를 둘러싼 부끄러움도 모르는 언론의 애국질의 당사자들마저 슈퍼볼의 영문표기가 Super ball이 아니라 Super bowl이란 사실이라도 제대로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급기야 한국언론의 비뚤어진 과잉관심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하인스 워드의 모친이 보다못해 "한국 사람들이 흑인이라고 언제 사람같이 취급이나 했느냐. 잘 되면 쳐다보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도 안보는 게 한국 풍토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을까? 어쩌면 그녀의 일침은 모든 과정과 원칙의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며 강자 중심주의로 움직이다, 한 개인이 엄혹하고 처참한 상황 속에서 이룩한 땀과 눈물의 결정체만 알량한 국가의 자산으로 횡령을 하려는 빗나간 사회작동원리에 대한 분노이자 시니컬임에 분명하다. 즉, 황우석을 통한 약발이 떨어지자 하인스 워드를 내세워 '성공=애국'이라는 정글의 등식을 성립시키려던 언론의 과잉 애드립과 오바액션은 대가리를 싸안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행스럽게 하인스 워드의 모친은 황우석과는 달리 언론의 선동적 애국질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그녀가 살아왔던 삶의 과정 속에서 인식한 남한사회의 이중성과 가식에 대한 거부이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는 사회적 사각지대를 바라보는 올바른 인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과연 입만 벌리면 태극기와 대한민국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과 그녀의 쓰디쓴 일갈 중에서 진정으로 남한 사회를 따뜻하고 밝게 가꾸어 가는데 어느 것이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것일까? 노동자들의 삼보일배와 자본의 공갈 얼마전 두꺼운 외투마저 얼게 만들었던 추위 속에서 휘황한 테헤란로의 인도를 네 발로 기어가며 자신들의 권리와 처우를 주장했던 하이닉스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더미 사이에서 삼보일배를 거듭하며, 단 한 꼭지의 9시 뉴스로도 알려지지 않는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실을 온몸으로 알리고자 손발이 땡땡 얼도록 박박 기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 정권은 누더기 비정규직법을 강행하려 한나라당과 입을 맞추고 있으며, 그 잘난 네티즌들과 언론은 차라리 '왕의 남자'에 열광하고 추락한 황우석에게 링거를 꽃아대기에 바쁠 뿐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뻔뻔하기 그지없는 자본의 쿠데타 계획이 터져 나왔다. 얼마전 남한사회 자본의 사령부인 한국경제인총협회의 회장이라는 사람은 비정규직 완화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양대노총의 총파업 선언에 "이제는 비정규직 법안이 친노동 일변도로 처리되면 기업도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공갈을 친 것이다. 사실 자본파업은 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입맛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경제정책을 요구하며 사실상의 투자회피와 유휴자금의 투기화에 열성적이었다. 그들은 노무현 정권의 방향없는 시장영합적 정체성을 진작부터 꿰뚫어 보고, 현재 남한사회의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국민 일반의 경제적 불안감을 볼모로 자본에 대한 전면적인 굴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쯤이면 알게 모르게 숱하게 존재하던 남한사회의 자칭 애국자들은 어디서 뭐하고 있나 모르겠다. 물경 자본이 나서서 국가를 말아 먹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 솔직히 말해보자. 엄동설한에 제 몸을 굽혀 네 발로 기어가며 외치는 하이닉스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완화와 처우개선 요구에 대하여, 모든 공장설비를 외국으로 뜯어가겠다고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는 경총의 짓거리를 어찌해야 하는가? 아니, 답하기 어려운가? 수출실적이 최고조에 달하여 돈더미를 은행과 부동산에 쌓아 놓고도, 비정규직에게만큼은 단 한 푼도 물러서지 못하겠다고 을러대는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지만 고작 실질적인 실효성이 없는 권고사항 정도로 입을 씻고, 오히려 모든 임금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위해 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저울질하는 이놈의 노무현 정권을 어찌 생각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영양가없는 애국질에 넌더리를 내야 한다. 오히려 아프지만 진실을 직시하고 쓰라린 성찰의 매를 서로에게 들이대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죄지은 놈은 죄값만큼 받아야 마땅하고,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적자에게는 모든 헌법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정석이고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다. 아무리 알량한 돈으로 떡칠을 한다 해도 범법의 죄과는 분명하게 별개로 물어야 하며, 가당찮은 핑계로 자본파업을 읊조리는 놈들의 행위도 국가전복 예비 음모로 단죄해야 마땅하다. 막말로 노동자들은 파업을 예고만 해도 경제부처가 나서서 공권력을 운운하며 난리더니, 자본가들은 자본파업을 운운해도 본척 만척 넘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이며 여론이란 말인가? 모든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더이상 국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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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대공계 형사의 추억
폴티에서... 글마님이 산하님글 퍼온거 다시 퍼 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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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대공계 형사의 추억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449
산하 | 2006-02-14 00:59
제 선배들은 물론이거니와 얼치기였던 저보다 열심히 살았던 동기나 후배들은 ‘대공계’ 형사들하고의 인연이 한 자락 걸쳐진 사람들이 많습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게는 대공계 형사라면 어려서 열심히 보던 드라마 ‘추적’이나 ‘113 수사본부’에서 영웅적으로 그려졌던 형사들 외엔 별 기억이 없습니다.물론 학교 앞에서 등굣길의 저를 날카롭게 검문하고 가방에서 나온 조국통일 머리띠를 들고서는 일장 훈계를 했던 사람도 대공계일 것이고, 가끔 학교 앞에서 선배들이 ‘저게 오 형사야.’라고 일러주던 반백의 신사도 학교를 담당했던 형사였겠지만, 어두컴컴한 방에서 그들의 취조를 받거나 혹여 제가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정도로 ‘큰 인물’이었던 적은 다행히도 (불행히도?) 없었습니다.
그렇듯 순진한 민간인(?)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지금도 선량한(?) 시민으로 살고 있는 제가 과거의 이 ‘대공’ 형사들을 경향 각지로 찾아다니며 면접할 일이 있었습니다.미처 몰랐던 얘기입니다만 요즘은 아예 ‘대공계’ 또는 ‘대공과’라는 이름이 아예 사라졌더군요.즉 보안과라는 이름으로 불리웁디다.제가 만난 형사들 가운데 인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둔 형사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과 하루 종일 서울과 인천을 쏘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었지요.고 박종철씨의 죽음을 덮으려 했던 박모 치안감이 얼마나 유능한(?) 간첩 잡이 전문가였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고문에 가담했던 조 아무개라는 사람은 대구에서 날고 기는 대공형사였는데 서울로 스카우트(?)된 지 몇 달만에 신세를 조져 버려서 인생만사 새옹지마의 실례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운동권 총동원령이 내려졌던 86년 5월 3일의 인천의 생생한 기억들..... 이른바 한때 ‘적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늙은 수사관의 회고를 듣는 것은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지금은 이름조차 아득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범인 문 아무개가 지금 뭐하고 사는지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끌러도 풀어도 다하지 않을 것 같은 베테랑 대공 형사의 이야기 보따리 끝에 제가 툭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간첩 잡아 보셨어요?”
“.......심문은 해 봤죠.”
“아니 수십 년 동안 많이 잡으셨을 거 같은데.”
“학생들이나 위장 취업자들은 잡아 봤지만.... 걔들은 간첩은 아니고.....”
별 뜻 없이 하신 말씀이실 수도 있지만 저는 그분의 짤막한 말, “학생이나 위장 취업자들은 잡아 봤지만 걔들은 간첩은 아니고.....”에서 다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자신의 공적(?)을 과장하거나 불려서 늘어놓고 계신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대적했던 사람들에 대해 약간의 연민을 지닌 듯 보인다는 것.
제 다음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그 중에 젤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과연 그 입에서 어떤 이름이 나올지 저는 궁금했습니다.왕년에 박노해를 길렀노라 기염을 토하다가 지금은 참말이지 보면 토 나올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김 아무개 의원님이나 인천에서 오래 생활했을 노회찬 의원이나 그 외 지금은 쟁쟁한 기라성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옛날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적지않이 기대를 하기도 했지요.
“하나 있네요.그런데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네. 조.... 뭐였는데 서울대 79인가 80인가, 아니 훨씬 더 아래일 수도 있고.....”
서울대 법학과 출신의 조 아무개 학생은 학교를 마치지도 않은 채 인천의 어느 공단 노동자로 위장 취업하여 암약(!)하다가 공장주의 신고로 결국 이 형사님한테 덜미가 잡혔답니다.어쩌면 지금 제 앞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우지 않는 이 형사님도 당시엔 저승사자같이 무서운 몰골로 그 학생 앞에 섰을 수도 있겠고 맛 좀 보라고 고춧가루 그득 탄 물을 코에 들이부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짐짓 소름이 돋았습니다.한 개인의 인간성 따위는 처참하게 망가지는 시대의 첨병들 아니었겠습니까.
“그런데 왜 기억 나시죠?”
“밥을 주니까, 왜 그 천주교인들이 성호를 긋잖아요?그런데 걔는 구호 외칠 때 팔 뻗는 거, 그걸 세 번 힘 있게 내지른 뒤에 밥을 먹더라고.내가 데리고 있었던 내내 그랬어.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니야.그냥 척 척 척 세 번 딱 하고 밥을 먹어.”
“그리구요?”
“말도 없는 놈이었어요. 샌님도 그런 샌님이 없었어.주변 조사해 보니까 뭐 의식화같은 걸 시도하지도 못했더구만.그렇게 수줍어했대. 사람들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더라고.위장 취업이라는 것도 좀 붙임성이 있고, 사람들하고 사와리가 좋아야 뭐 하는 거 아니우.그런데 녀석은 영 아니더라고. ”
“그리구요?”
“잡혀 온 놈들 중에 말 잘하는 놈 참 많았거든.그런데 걔는 진짜 말 한 마디 안 했어. 취조할 때도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거나 그게 다였어. 하지만 그런 느낌 있잖아. 아 이놈은 진짜구나. 겁도 안 먹을 것 같고, 눈치도 안 볼 거 같은 놈.밥 먹으면서 걔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팔을 뻗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그 샌님이 무섭더라고.좀 말을 시켜도 한 마디도 안해.마치 벙어리처럼.”
단지 그 이유로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싱겁다 싶었습니다.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눠 보지 못한 사람이 형사 인생 수십 년에 제일 큰 기억으로 남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지요.서울 법대를 나왔다니 그래도 고시라도 봤을 것이고 어느 동네에선가 인권 변호사 쯤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지금은 뭘 하는지 아시냐면서 심드렁하게 물었을 때 형사님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죽었어요.”
“네?”
“집행 유예로 나왔거든.그런데 다른 공장에 또 갔다는 건 들었어요.어느 날 부평역 앞에서 녀석을 우연히 만났지. 그래 역 앞에서 한 1시간 동안 붙잡고 훈계, 아니 하소연을 했어.너 제발 이렇게 살지 말아라.녀석은 강원도 태백인가가 고향이었어.아버지는 광부였고. 그 아버지가 얘가 서울 법대 갈 때 얼마나 좋아했겠어.모르긴 해도 동네 잔치를 3박 4일 했을 거야.막장 인생에서 용 난 거 아냐.그런데 그런 자식을 내 손으로 잡아 넣었고, 또 그런 일을 한다고 하니까 내 가슴이 다 아프더라고요.빌었다니까. 걔한테..... 나중에 너 잘 된 뒤에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면 되는 거니까, 제발 학교로 돌아가라구요. ”
그 만남이 있은 지 달포가 지났을 때 형사님은 동료가 전하는 조 모 학생의 비보를 들었습니다.위장 취업 중이던 공장에서 밤샘 작업을 하다 깜박 졸았고 그예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차갑고 무거운 기계의 금속성 밑에서 그 젊은 피를 쏟고 말았다는 것이지요.형사님은 그때 자기가 강원도 태백의 고인의 아버지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생각해 봐요. 태백에서 서울 법대 간다고 했을 때 그 아버지 얼마나 좋아했겠어.모르긴 해도 동네 잔치를 3박 4일 했을걸......그런데 그 아이가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죽었다......”
그분의 한숨 섞인 회고에 함께 어깨를 늘어뜨리며 지금 살았더라면 그래도 좋은 세월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하고 한 마디를 덧붙이자 그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걔는 그런 깜냥도 없었을 거예요. 그럴 놈이면 그 추운 날 길거리에서 자기 잡아넣은 형사 얘기를 1시간 동안이나 듣고 있겠어?뿌리치거나 그냥 가버리면 되지.......지금도 궁금해.걔가 내 얘기를 듣고 있었던 이유가.......겁나서 그랬던 건 분명히 아니고......”
조 모 학생은그 1시간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답니다.그렇다고 형사에게 대들거나 무시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형사의 훈계성 하소연을 듣고만 있었다지요. “차라리 이 독재자의 개새끼야 뭐 이런 욕이나 하고 가 버렸으면” 그렇게 맘에 아리지도 않았을 텐데 며칠을 라면으로만 때운 걸 증명이라도 하듯 얼굴은 붓고 손목은 말라버린 채 그는 한 형사의 넋두리를 묵묵히 들어 준 뒤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한 뒤 헤어졌다지요.
지금 어렵사리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신 분의 항소 이유소의 한 구절, “가장 온순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냈던 시대를 살았던, 정년퇴직을 앞둔 전 대공계 현 보안과 형사는 자신이 잡아 넣었던 한 젊은이, 밥 먹기 전 세 번 팔을 뻗으며 뭔가를 다짐했지만 그 다짐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강원도 출신 젊은이의 짧았던 젊음을 토로하며 여러 번의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한숨에 실린 듯 멍하니 있다 보니 궁금해지는 게 있었습니다.
“그럼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신 건 없네요? 또 기억나는 건?”
“그렇죠.안녕히 가시라는 인사하고...... 유치장에서 걔가 부른 노래가 있었는데....시끄러운 투쟁가 뭐 그런 건 아니었고......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였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요?”
“그 노래는 걔가 죽은 뒤에 나왔지. 하여간 뭐 그런 노래였어.”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손톱을 깨끗이 깎아 준 김에 기타를 잡고 뚱땅거리다가 문득 형사가 채 기억해 내지 못했던 고인의 노래가 머릿 속에 들어섰습니다.아마도 그건 “이 세상 사는 동안”이라는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C 코드로 시작하는 그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실로 오랜만에 읊조리면서 저는 근 20년 전 인천 한 공장의 기계 속에서 생을 마감했던 한 사람의 명복을 빌었습니다.그리고 그가 불렀을지 모르는 노래를 1,2,3절까지 다 불러 보았습니다.원래 1,2절은 찬송가였습니다만 3절은 고인과 비슷한 삶을 선택한 누군가가 덧붙였다고 했지요.
그 후렴구입니다.... “너와 나 함께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며...... 죽어도 뺏지 못할 생의 자유를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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