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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관련 정태인씨의 딴지 일보 인터뷰...

원문보기: http://blog.daum.net/ddanziilbo/179656

요즘 느끼기에 노무현이 박정희와 오버랩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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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가 몇 있다. 체결 책임자인 김현종, 김종훈 수석은 열흘 동안 집에도 못 갔다고 한다. 그러나 월급도 안 나오는 곳에서 그에 못지 않게 바쁜 남자가 있으니, 정태인 씨다. 청와대 내에서 비서관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선에서 관여한 이력 때문에, 참여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한미 FTA 저격수로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

탄탄한 전문적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내에서의 FTA 실무 경험으로 인해 그의 논리는 빈틈없이 예리하다. 100분 토론에서 송영길이 기피할 정도로 찬성론자들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를 나오기 전 그의 직책은 국민경제비서관이었다.현재 공식적인 직책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요즘 그의 활동을 보면 ‘반 FTA 국민경제비서관’이라는 직함을 명실상부하게 수행하는 듯하다. 바로 그를 이너뷰했다.본지에서는 논설우원 직빵맨과 신짱이 출동했으며, 이너뷰는 광화문의 모 카페에서 약 2시간 가량 이루어졌다.

한미 FTA 추진 배경



직빵맨(이하 논): 그간 반 FTA 최일선에서 활약하시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시겠습니다

정태인(이하 정): 하하..뭐 예상하신대로..

논: 이전부터도 바쁘셨겠지만, FTA 타결 직후라서 인터뷰, 강연, 토론 등이 쇄도하실 텐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정: 20일전부터 술을 끊었습니다.

논: 유일한 건강 대책인가보군요..하하.

정: 허허..

논: 노무현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부터 참여하셨죠?

정: 네. 처음 당선된 다음 날, 그러니까 벌써 5년전 이니까 ‘젊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하하..그 당시 40대 초반의 학자들을 7명 불렀어요. 기분 되게 좋았죠.

논: 누구였죠?

정: 유시민, 나, 유종일, 장하원, 서동만, 정해구 등이었습니다. 거기서 바로 한 얘기가 뭐였냐면, "여러분이 인수위 구성하셔야 됩니다..."

논: 노 대통령께서?

정: 네. 근데실제 구성은당선 직후와 비교하면 확 달라졌죠. 인수위 자체부터가... 그 자리에서 나하고 유시민은 안 간다고 그랬죠. 우린 방송으로 돌아간다고 그랬고... 나머지 학자들은 갈 뜻은 있던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서동만과 나하고만 들어가게 된거죠. 아마 당료들의 견제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유종일, 장하원과 같이 강경파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배제를 하다 보니까, 경제 파트가 없어졌잖아요. 경제가 3명이었는데... 유시민까지 치면 4명이고요. 근데 둘(유종일, 장하원)을 배제하다 보니까, 사람이 없잖아요. 교수들은 대충 채우는데, 그래서 나를 거기다가 끼워 넣은 거예요.

논: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이른바, 개혁적 인선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거군요.

정: 거기서부터, 처음부터 잘 못됐지만... 하여튼 인수위 들어갔고, 그 다음에 청와대로 갔죠.

논: 그 때 이제 막 들어갔을 때 어떤 포부랄까, 조선 건국할 때 정도전처럼 어떤 개혁적 이상을 가진 포부는 좀 있지 않았습니까?

정: 하하 난 그렇게 정도전처럼 야심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논: 정치적 야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하는 그런 포부나 기대 정도는 있지 않았나요?

정: 이미 그 인수위 구성됐을 때, 사림파가 패배했다 당료들한테... 뭐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미 패배를 가볍게 한번 하고, 그래서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청와대로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한 달 이상 늦게 들어가게 됐어요. 재경부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하여튼 뭐 제가 그 때는 ‘동북아 위원회’ 비서관으로 갔으니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한미 FTA와 정 반대에 있는 그림)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국내는 뭐 이정우 선생이나, 이동걸 박사가 담당이었던 거였고, 기억은 안 나는데, 뭐 다 쓸어버리고 새롭게 어떻게 해보겠다.. 이런 거창한 계획이나 구상을 야심차게 갖고 있지는 않았죠. 재경부나, 조중동의 견제도 굉장히 심하게도 받고 있었고..

논: 근데 그 직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에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 궤도에 많이 올려 있었잖아요. 아무래도 이런 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수정이랄지, 그런 문제의식은 강하게 갖고 있지 않았었나요?

정: 이정우 선생이 그때는 가장 막강한 자리에 있긴 했죠. 정책실장 위치에 있었으니... 이정우 선생이랑 저는 북구 유럽형 모델을 추구하고 있었어요. 저는 사실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경제 정책에 관여할 위치는 아니었고요. 동북아 위원회라고 해서 청와대 내부에 있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정우 선생이 정책 입안이나 추진하기에도 좀 곤란한 여건이었어요. 사람이 가면 자기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하는데, 정책실 라인에는 이미 재경부 관료나 당료들이 쫙 포진해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 이정우 선생만 툭 떨어진 꼴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보니 제가 위원회에서 뜻 맞는 박사들 열 명 정도와 같이 일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저한테 시켰어요. 그러니까 청와대 밖에 있는 위원회에 시킨거죠. 그러다보니까, 동북아 위원회 일 절반, 정책실 일 절반 이렇게 나눠서 하다시피 했던거죠. 아무튼 이정우 선생이랑 저는 네덜란드나 스웨덴 쪽 모형을 여기다가 접합시켜 한다. 그런 의견을 이야기했죠.

신짱(이하 신): 시계를 좀 빨리 돌려서 좀 급하게 얘기하자면, 그런 인수위 초기 시절의 경제 개혁 모델이 이렇게 느닷없이 FTA로 급변했는데, 그렇다면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건가요?

정: 그렇죠 밀린거죠. 또 한편으로 초기에 개혁적인 것들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었어요. 카드문제라든가, 소비자 신용 문제 때문에 경제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이었거든요. 이동걸 박사는 그걸 처리하는데 바쁠 수밖에 없었고... 초기에 그렇게 못하고 나서 경제위기론이 조중동에서 강화되니까 권오규, 이광재, 정만호 등의 각료 관료 386의 결합이 느닷없이 ‘2만불론’을 들고 나온거에요. 한 일년쯤 지나면서 우리하고 대립이 됐죠,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대립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탄핵 사건 일어났고, 그러나 그게 한번 꺽이니까 이게 걷잡을 수 없이 저 짤리고, 이정우 선생 그만 두고 그 다음에 대연정 왔고, 그리고 한미 FTA...

나중에 알게 됐지만, 대연정 직후에 한미 FTA 결심이 된 거잖아요, 2005년 9월에. 그 흐름은, 전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초기에 시도하려고 했지만, 뭐 경제 위기설이라던가 또는 초기 화물연대 이런 것들, 사실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폭발한 이런 사건들이 잘 처리가 안 되면서 실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스웨덴 모델이든 뭐든,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 기본 조건이었거든요. 그런 정책이 어느 정도 완성된게 2004년 말이었어요. 대통령이 양극화에 초점을 맞추었던 때였죠. 그 당시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개의 보고서가 올라왔죠. 재경부 KDI팀이 만들고, 저와 이정우 선생님이랑 두개의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근데 결국은 대통령이 KDI쪽, 즉 성장론에 입각한 양극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걸 받아들인 것이죠. 제가 5월달에 짤리고 이정우 선생이 7월달에 그만두었으니까. 초기에 성장론 갖고 한번 대립했고, 양극화 해법으로 또 한 번 대립했고, 그리고 5월, 7월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제거 됐죠. 그런 다음에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내세웠던 거죠.

대연정은 어떻게 이야기하면, 뭔가 하려고 할 때 마다 다 발목이 잡히니까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하고자 할 수 있는 것 중에 좀 개혁적인 걸 해보자라는 뜻이었다고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게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니까 실망이 굉장히 큰 상태에서 받아들인 게 ‘외부쇼크’에 의한 내부개혁론이거든요. 한미 FTA는요. (나중에 확인했지만) 이광재의원이 이미 2004년 12월에 주장을 했고요. 그런 생각이 안에 있다가, 김현종이 ‘한미 FTA 다 됐다. 몇 가지만 들어주면 된다’ 이렇게 하니까 덜컥 그 쪽으로 옮겨 갔던 거 같습니다.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점점 그거에 대해서 반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노대통령) 자기의 신념이 더 강화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찬성하는 논리를 가져다주는 시장 만능론으로 스스로 무장해 버리는 것 같아요.

최근에 (노대통령이) 발언하는 거를 보면, 속류시장 만능론이죠. 가장 위험한... 내용을 잘 모르면서 시장이 다 해결할거란 거라던가, 또는 노동자, 농민들의 이기주의가 문제다. 그거에 대해서 온정주의적 태도는 객관이 아니다. 라는 식의 발언을 막 하게 되고...


신: 그 말씀 하시니까 생각나는 게, 그 속에서 정태인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인수위 초기부터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성장론에 제동을 걸고 다른 쪽의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일관성이 있으신 건데, 그러면 청와대에 있을 당시에 구체적인 역할이랄까요. 정태인 선생님의 약력을 볼 때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이라고 나오는데요. 그 직책에서 실제로 역할이 무엇인지.. 일반인들로서는 좀 궁금해지는데요.

논: 동북아 위원회를 거친 후에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옮기셨죠?

정: ‘동북아’란 것은 굉장히 먼 미래고 따라서 이 정부 임기 내에서 성과를 얻는 건 불가능하죠. 대체로 이론이나 인력 개발하고 이렇게 가게 되는데 대통령은 아무래도 뭔가 사업을 원했지만... 그러나 실제로 동북아 위원회나, 국민경제비서관에 있을 때의 역할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은 동북아위원회에 있을 때도 제가 새만금도 했고, 스크린쿼터도 봤고, 이정우 선생한테 떨어지는 중요한 일은 제가 손발이었기 때문에 제가 동북아위에 있는 박사들이랑 함께 같이 처리를 했거든요. 다르지는 않지만, 국민경제비서관이라는 직책자체는 좀 미묘한 면이 있어요. 사실은 청와대나 행정부에서 자기 영역 밖을 건드리면 굉장히 문제가 됩니다. 근데 ‘국민경제’ 그 이름자체는 우리가 경제에 다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초기에 내가 너무 많이 건드려서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되긴 했는데... 굳이 그걸 세력문제로 보자면은, 밀어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저 쪽 입장(김병준 정책실장 등)에서 보면, 더 위험해 진거죠. 제가 바로 옆으로 가버렸으니까...하하..

논: 포지션으로 비유하자면, 리베로같이 전천후 역할을 했다는 거네요?

정: 그러니까 모든 정책을 내가 다 건드릴 수 있는 발언권을 일단 가질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에(물론 보좌관이 자기 마음대로 했지만) 어쨌든 그거는 껄끄러운 거죠. 처음에 제가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그러니까, 헌법기관인 자문회의로 갈 때 김병준 쪽에서는 비서관 신분을 떼버리고 사무차장, 그냥 관료로서 지내게 하려고 했어요. 물론 대통령한테 얘기해 가지고 비서관으로 간 건데, 근데 뭐 기간이 2월에서 5월까지 이렇게 석 달 밖에 안됐거든요. 당시 한일 FTA를 대통령이 지시를 했고 한일 FTA를 재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걸 검토하는 게 삼개월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의 다였어요.

신: 노대통령에게 일종의개인 경제가정교사, 그런 역할 하신적은 없습니까?

정: 아니에요. 그러니까 후보도 아닌 시절에는 그런 것도 했죠. 아무도 없었으니까. 근데 대통령 당선 이후 초기의 생각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은 내각을 두 개 갖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재경부 쪽 내각, 이정우 선생 쪽으로 있는 동북아위원회... 이렇게 두 개의 균형을 맞춘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양쪽을 계속 대립시키면서 양쪽 의견을 들었다라는 점에서는 형식적인 균형을 취했죠. 그것도 사실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대통령이 전문가가 아닌 한 어떻게 그걸 판단하겠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나중에 저하고 이정우 선생이 나가면서 균형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 자리를 완전히 재경부가 채웠죠. 2005년 9월 이후에는 청와대 내 경제비서관은 전부 재경부 출신이었어요. 지금 아마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한명도 없으니까 완벽하게 재경부 논리대로 가고 있는 거죠.

논: 평소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유시민 장관하고는 지금도 막역한 사이지요?

정: 네

논: 그리고 어떻게 뭐 경제적 관점이라든지 이런 것도 예전부터 같이 공유하고 있지는 않았습니까?

정: 다르죠.

논: 아 달랐나요?

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노대통령이 그랬어요, ‘유시민씨는 자유주의자고 정태인씨는 좌파죠?’ 그러더라구요, 하하...그 정도 차이가 있어요.

논: 그래요?

정: 시민이가 훨씬 저보다 자유주의죠. 그래도 유시민이 추구했던 건 독일식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유럽형에 대한 거는 강했죠.

논: 유시민 장관이야 워낙 유명한 노무현과 정치적 한 몸이긴 하지만...어쨌든 예전의 언행이나 저술 등을 보면, 분명 한미 FTA의 위험성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기본적인 분별력은 갖추었을 것이라 짐작은 하거든요? 재경부같은 무대뽀 친미주의자는 아닌거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내각에서 나름 한미 FTA에 대해 제어하는 역할 같은 건 하지 않았을까요?

정: (곤혹스러운듯) 시민이 이야긴 하지 맙시다. 시민이는 이라크 파병도 자기 소신은 반대지만 결국 뭐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으로 갔으니까. 자기의 사명이 대통령과 끝까지 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한미 FTA의 문제를 알아도 얘길 안했을 거예요. 실지로 보건복지부장관이 되서 한 일을 보면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적인 거예요.

논: 저도 사실 유시민 장관의 대중적인 경제학 저서들을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요. 최근에 들어와서 대통령의 행적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보면, 이걸 뭘로 봐야겠습니까? 변절이라 이름붙일 수 있나요?

정: 유시민 이야기는 이 이야기만 할게요. 이념과 정책 사이에는 거리가 먼데, 이념을 정책화 하는 노력을, 정말 집요하게 그 이론을 파고들고, 정책화 할 능력도 있고, 집요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기존의 정부에 있었던 그런 정책들에 많이 따라갑니다. 시행하기 편하고, 많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성과를 낼 수 그런 정책들이죠. 유시민 장관이 제가 보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서 한 일은, 국민연금을 자기가 원래 생각했던 대로 끌고 가려고 노력했던 게 자기 생각이고 나머지는 그냥 이제 추진해왔던 대로 가도록 그만그만 체크만 하는, 그랬을 거에요. 국민 연금에 생명을 다 거니까, 실제로 중요한 일이고... 내가 보기에 유시민장관이 추진한 국민연금은 그렇게 썩 나쁜 안은 아니에요. 나머지는 그냥 정부가 해 왔던 대로 추진해 왔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죠.

세계화, 신자유주의 한미FTA

논: 본격적으로 한미 FTA와 관련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정: 굳이 이야기하자면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거는 뭐 자본주의 역사와 같이 했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건 80년대 이후의 정책기조를 나타내는 거니까 구분은 되지만, 지금은 같이 쓰죠. 신자유주의라는 게 민영화, 규제완화라는 건데 그것이 금융국제화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두 개의 현상을 다 포함하는 겁니다

논: 그게 이제 신자유주의가 미국에서 발원을 해서 전 세계적으로 갔는데, 유럽도...

정: 영향을 받았죠.

논: 네. 물론 남미의 다른 움직임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이렇듯 신자유주의는 대세처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확산은 정말 어떤 대안은 없는지, 신자유주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 이외에는 근본적 대안은 없습니까?

정: 금융국제화라고 하는 거는 지금 대세죠. 이미 주식시장이라는 직접 금융시장을 중요한 자본조달, 자본의 흐름이라고 인정을 했기 때문에 대센데... 이제 그러면 그것에 대한 전 세계적 통제, 전 세계 시민의 삶과 연결되는... 그런 규제 장치가 거기에 따라야 하는데..... 과거의 국민국가시대의 가령 포드주의라던가 이런 식의 안정된 체제처럼 만들어져야 할 텐데 지금 그런게 없잖아요. IMF라는 건 금융을 통제하는 기관이라기 보단 그걸 밀어주는 기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금융자본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당분간은 그렇게 갈 것 같습니다. 왜냐면 세계적인 규제라고 하는 게 기껏해야 토빈세정도의 정책 아이디어 수준에서 나오고 있는 정도입니다.

어쨌든 금융국제화가 전 세계적으로 관철되고 있지만 문제는 그 때문에여러 가지로 삶의 질이 악화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식으로라도 규제가 필요하긴 합니다. (지역주의의)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EU나 중남미 움직임도 그 하나의 예로 볼 수 있죠. 또 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도 그런 맥락일겁니다. 그러니까 세계정부 이전의 과도적 형태라고 볼 수 있죠. 단선적으로 세계정부를 추진할 수는 없으니까... 그 보완적 형태로서의 지역주의라는 건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 한미 FTA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은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를 가로막고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아미티지 보고서에 바로 나타났고 그 미국 전략의 교두보가 한미 FTA죠. 우리 쪽에서 한미 FTA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들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거 같고 그냥 즉흥적으로 한 거죠.

논: 한미 FTA 추진하는 사람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작년인가요, 시사저널에서 노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분석한 글이 있습니다. 노대통령이 여러 기회를 통해 극찬을 했다는 배기찬씨의 저서 [코리아 다시 생존에 기로에 서다]라는 책인데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이 비슷해지는 30년 후에는 우리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텐데 그때까지 미국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서 신뢰를 쌓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대략 이런 논리의 일환으로 노대통령이 급속히 ‘친미’로 선회하고 한미 FTA를 체결하려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건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 한 것뿐이지... 난 그 논리가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습니다. 일단 먼저 결정을 했어요. 이건 해야 되겠다. 이건 아마도 제일 큰내 업적으로 만든다였어요. 굉장히 큰 정책이었기 때문에...

논: 근데 배기찬씨의 그 책을 보면요 전반적 기조가 아까 정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시아 '지역주의'를 오히려 더 강조하고있는 듯한데.. 한미 FTA는 그 지역주의를 해체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고 했잖습니까?

정: 그 친구의 논리는 대체로 미국 편승론이죠.

논: 그러니까 오히려 편승을 해서, 다시 말해 요즘 송영길 의원이 입버릇처럼 얘기한 원교근공 그런 논리로 지역 내에서의 힘의 균형을 이루자는...

정: 허허.. 지금이 봉건시댄가 원교근공이라는 얘긴데...

논: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인데 한미 FTA가 아시아 지역주의를 해체한다면 그건 좀 모순된 거 아닙니까?

정: 네. 그러니까 그 과정은 내가 짐작하기론 대통령이 먼저 정책적인 결정을 했지만, 이론적 명분이나 합리화 부분이 아직 덜 나왔을 때 배기찬씨가 그걸 내니까 그것으로 포장된 거죠. 해양 세력 대 대륙세력이라는 대립구도 그런 내용은 배기찬이 옛날부터 이야기했던 지론이거든요. 사실 일본에서 베껴온 그런 얘긴 거예요. 일본 애들이 그거 만들어 가지고 자기들이 올라가야 된다는 논리였다구요. 그니까 아직은 중국이 약하니까, 그리고앞으로 중국이 세지면 그걸 견제해야 된다고 하는...

논: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쪽으로 관성적으로 기울어지니까 그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으로 실력을 키우고 중국으로 휩쓸리는 방향을 나름대로 견제를 해야 한다....그런 내용인거죠.

정: 네. 그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중국위협론과 배기찬 이야기(해양국가론)가 결합이 된 거에요. 그래서 더 신념을 갖게 됐고, 그 이후에 더 극단적으로 가서 진보를 때리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본인의 신념이 미화됐고, 지금은 약간 좀 이상하죠. 누구랑 논쟁해도 이길 수 있다, 이런 정도까지 자기 신념이 강화됐기 때문에...

논: 중국 얘기가 나와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한미 FTA 추친 동기 중에 가장 강력한 근거가 이른바 중국-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이론' 아닙니까? 그 얘기 들으면 살짝 긴장되긴 하거든요? 하하..

정: 하하...사실 샌드위치가 아닌 나라가 어딨습니까? 가령 5위면은 4위와 6위 사이의 샌드위치고 10위면 9위와 11위 사이의 샌드위치죠. 물론 지금 우리 상황에 보면 중국이 워낙 빨리전 부분에서 성장하고 큰 나라이기 때문에 좀 특징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후진국 중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여태까지 일본밖에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그만큼 올라가는 게 어렵다는 얘기거든요.

중국은 지금 경제성장은 많이 됐지만 사회와 경제 성장 사이의 마찰이 아직 터지지 않은 상태에요. 은폐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터져나오면 성장률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조업에서 이렇게 빨리따라가도 끝에 가서는 확 이렇게 뚫고 나가기, 즉 추월하기는굉장히 어려워요.

논: 어떤 점에서?

정: 내가 자주 예를 드는 게 있어요. 94년 내가 버클리에 가 있을 때, 실리콘 밸리에는 상설 전시관이 있어요. 거기에는 물론 가전도 있는데, 그 때 소니하고 삼성이 나란히 있었어요. TV로요. 근데 보기로는 전혀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볼 때도 그 때 이미 품질 차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그 때 삼성 가격은 소니의 반이었어요. 삼성 TV가격이 소니 가격이 되는데 10년 걸렸어요. 그게 인지도... 그러니까 싸구려라고 하는 인식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거든요. 중국산은 뭐 누구나 싸구려라고 생각하고 '싼 맛에 산다'라는 건데, 그것이 고급으로 인정받는 데는 굉장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한테 2월 26일날 들어가서 한미 FTA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대통령의 첫 질문이 그거였어요.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이건 중국 위협론이 굉장히 대통령을 사로잡고, ‘난 그것 때문에 한미 FTA를 한다’라고 적어도 그 때는 확신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내가 "최소한 10년 걸립니다" 했더니, '아니다 훨씬 빠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떤 과정에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입력이 되어 있더군요.나중에 배기찬이 만났더니, 아 청와대에서 3년이라고 본 다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진짜 말도 안 되는 무식한 놈들이라 내가 그랬어요. 3년이면 이제 다 됐어요. 2005년 2월에 한 얘기니까

논: 하기야 뭐 50점 짜리가 70~80점되기는 금방인데 90점 이상에서 올라가기는 참 어렵긴 하죠...하하....

정: 우린 아직도 일본 제품을 못 따라 가고 있어요. 가격까지 집어넣은 품질 경쟁력이라고 하면은 제조업에서 중국이 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품질만 놓고서 보면 아직까지 기술수준에서 많이 떨어져 있거든요. 물론 빨리 쫓아갑니다. 우리가 일본 쫓아간 것보다 빨리 쫓아가는 걸 인정을 해야되요. 왜냐면 중국에 초국적 기업이 들어가서 막 기술이 전파되고 있거든요. 근데 내가 보기엔 이것도 끝났어요. 시장과 기술을 바꾼다는 이 중국 전략은 이제 거의 끝이 났어요. 요소비용이 올라갔고 중국 스스로도 그런 방식으로 더 이상 못 간다라고 판단을 하고 있는 거 같고...

신: 결론적으로 보면 샌드위치 이론, 중국 위협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정: 네, 일단 2010년 2011년경에는 중국이 위기가 오고, 그건 우리의 위기도 될 거에요. 중국이 성장하는 게 우리한테 그렇게 위협이 아니에요. 오히려 중국의 위기가 우리의 위기지 그러니까 시각이 거꾸로 되어있는 거예요. 허허..

경쟁력 강화론의 허와 실

논: 국민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시장개방논자들의 논리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시장개방은 불가피하다라는 얘기입니다. 또 '이마트, 코끼리 밥통같은 거 봐라, 그 경쟁과 도전에서 우리는 많이 이겨왔다' 등등... 대통령 담화문이나, 찬성론자들의 광고에서 보면 이런 '승리론적 관점'으로 우리에게 근사한 자신감을 막 불러일으켜주거든요. 이런 어필이 얼마나 근거가 있습니까?

정: 우리가 가진 신화 중의 하나가 중국이 따라온다는 것도 있지만 제조업이 우리가 미국보다 강하다고 하는 신화도 또 엉터립니다. 제조업 역시 미국이 최고에요. 평균노동, 물적노동 생산성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40퍼센트 밖에 안 됩니다, 일본이 한 80퍼센트. 근데 우린 이상하게 일본이 우리보다 제조업이 강하다는 건 다 인정해요, 근데 우리가 미국보다 제조업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잘못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의 취약 지구가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기계 부품, 석유 화학, 정밀 화학 이런 데거든요. 그건 뭐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있는 섬유나 자동차나 반도체에서도 고급제품은 다 미국이에요, 철강도. 근데 철강 같은 취약 지구는 우리가 그럴만한 대표적인 대기업과 연관된 생산체계라던가 R&D(연구 개발)체계가 없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서 훨씬 더 타격을 받을 거거든요. 오히려 더 그 제조업 쪽은 범용으로 특화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요. 그러니까 최종재는 우리가 고급품을 생산하지만 중간 부분에서 범용으로 특화를 해버릴 가능성이 높고, 그거는 바로 중국과 경쟁하게 되는 부분이죠. 찬성론자들의 얘기가 미국은 서비스, 우리는 제조업이 비교우위 특화 부분인데 제조업쪽을 좀 더 따지고 보면, 미국은 첨단분야 특화이고, 우리는 범용 분야 특화입니다. 근데 이 범용 부분은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분야거든요. 그러니까 중국 추격 따돌리자는 한미 FTA가 오히려 중국과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드는 꼴로 되어버린거죠.

논: 그런데 언론에서 보면 자동차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 같은 지역의 몰락 장면도 나오고 그런 모습들 보면 이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제 자동차 산업이 막 무너진 거 아니냐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또 무역적자가 또 엄청나지 않습니까? 미국은 이제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서비스나 금융 이런 걸로 먹고 사는 나라다 이렇게 해서...

정: 물론 비교우위로 보면 서비스, R&D 그리고 고급 제조업 이렇게 돼 있죠. 그러니까 고용의 문제가 당연히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이런거죠?

정: 네. 여전히 R&D(연구개발 체계)가 살아있기 때문에 첨단 분야는 절대로 안놔요.

논: 그러면은 솔직히 이런 의문이 들어요. 경제적 약자층이나, 시민단체 등이 주로 한미 FTA를 격렬하게 반대합니다. 또 그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미 FTA가 체결하게 되면 농업은 물론이거니와 특화되지 않는 분야의 제조업 쪽 업체 예컨대 제약 같은 분야 말이죠..

정: 제약도 정밀화학이거든요. 그쪽 화학계통하고 기계계통...

논: 그러니까 지난번에 한미 FTA 찬성 단체들의 통 광고 보셨죠? 사용자 단체들이 다 이름 올려져 있거든요?

정: 찬성하죠.

논: 네 전부 그 단체들은 한미 FTA 전부 다 환영하거든요. 근데 어떻게 보면은 내가 제약 산업의 사장이라면 택시 기사분보다 더 격렬하게 항의하고 결사반대로 나갈 것 같거든요. 근데 어떻게 그 사람들은 다 조용하고 오히려 찬성 쪽에 이름을 걸고 있죠?

정: 하하하.. 여전히 우리나라의 국가 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거죠. 내가 현대 같으면 한미 FTA에 대해서 별로 뭐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걔들이 걱정하는 거는 혼다나 도요타가 수입되는 거에요. 근데 지금은 괜찮은 것이, 혼다나 도요타가 미국에서 팔기도 바쁘거든요. 워낙 인기가 있어서, 지금 미국에서 소나타 굉장히 고전합니다. 그래서 내가 한미 FTA에서 그야말로 안정적 시장을 확보하면 관세 8퍼센트 이것저것 빠지면 10퍼센트 가격 인하의 요인이 생기거든요. 그럼 서부지역에 혼다가 라인 깔아가지고 수출하면 어떡할거냐, 그건 아직 시간이 걸린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지, 가장 특혜를 볼 업종인 현대자동차마저도 별로 얻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정부 엉터리 추진, 졸속 추진의 예가 픽업을 수출하면 된다라는 말을 한 거였어요. 초기에 그랬죠. 근데 픽업은 우리가 생산 한대도 안한다. 그게 알려졌어요.그러니까 하는 말이 한미 FTA 맺으면픽업 라인을 깔 것이다 그랬거든요. 현대가 그랬다고 그리고 지금 신문에도 나요, 중장기적으로 깔 수도 있다라고..

논: 어떤 전경련 간부는 5년 안에 깔 기업이 있다, 이렇게 말하던데요?

정: 기아가 아마 뭐 그런 이야기를 했나 모양인데 그래서 물어봤더니 '아 이건 정부가 하라는 거 하는데 뭐 얘기하는 거야뭘 못 하냐' 이러더라구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우리나라는 수요가 없어요. 픽업은 미국에서 승용차처럼 타고 다니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 수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생산을 오랫동안 안 했고, 그래서 그 기술이 없어요. 근데 자동차는 대표적인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 생산을 늘리면서 학습에 의해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산업이거든요. 일단 라인깔고 초기 나온 거 가지고좀 저가로 국내 수요를 맞추면서 생산이 양산 체제로 바뀌면서 기술이 올라가고 품질이 올라가면 그 때 수출을 할 수 있는 이런 거거든요.

논: 그럼 그 픽업 같은 경우에는 미국 시장에만 있습니까 아니면 중국에나 다른 데는 없나요?

정: 다른 데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미국이 픽업과 대형 SUV를 특화를 했어요. 그게 미국 자동차가 다시 위기에 빠진 원인이에요. 대형차들이거든요.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우위가 있는 부분에 특화를 한거죠. 근데 오일 쇼크가 왔잖아요. 80년대 자동차 산업 위기와 모양이 똑같아요. 오일쇼크에 의해서 위기에 빠져버렸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픽업을 생산해서 경쟁력을 가지는데 최소 10년 걸린다는 게 내 판단이고, 현대는 지금 하이브리드카에 투자를 해야되요. 그 다음에 렉서스급을 빨리 만들어서 소나타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 올려 놓는게 지금 초미의 과제에요. 현대가... 근데 최소한 10년 걸릴 장기 투자를 픽업라인에 한다? 허허.. 이건 말이 안되요.

신: 국내시장에서는 미국이랑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픽업 생산은..

정: 안 팔리니까…

신: 그러면 생산한다면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완전 수출용으로만 만드는 거네요?

정: 픽업을 깐다면 미국에 가야죠. 픽업부품이 발달된 데는 미국이지 한국이 아닙니다.

농업생존의 길

논: 우석훈씨 블로그를 읽다보니 좀 인상적인 구절이 있던데요.. 거기 보니까 이번 한미 FTA를 바라보는 대중적 심리 중에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라는 이기적인 심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꼬집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농업이 죽어야 우리가 산다'라는 식 인거죠. 어차피 죽어가는 농업이고 그걸 희생해서 비교 우위에 있는 공업을 특화하면 다 좋지 않냐 하는 속류적 비교우위론인거 말이죠. 인터넷 글 보면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농업에 퍼붓는 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이참에 경쟁력 있는 것만 남기고 정리하자 이런 식의 이데올로기가 퍼져있더라구요. 또 그러면서 비싼 농산물에 대한 원망도 양념으로 치고요.

정: 소비자와 생산자를 가르는 전술을 지금 정부가 사용하고 있죠.

논: 그게 어느 정도 상당히 어필을 하고 있는 거죠.

정: 네 주부들 입장에서 보면 한우가 너무 비싸거든요. 이게 딱 같이 진열 돼 있는데 호주산의 세배거든요 한우가.

논: 아니 그러니까 소비적 후생 문제가 아니라 농업이라고 하는 산업을 우리가 버리고 좀 더 고부가가치의 그런 산업으로 나가야지만 우리나라가 비전이 있다... 뭐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건 정부가 농업정책을 지금도 한미 FTA 대책으로 내세운 게 역시 규모화, 기계화거든요. 이게 30년 전부터 그랬어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그런 전략도고집하고 있어요. 근데 미국 경작지가 우리가 100배입니다. 그리고 땅 비옥도도 높아요. 그러니까 농업은 뭐 그런 전략이라면 없어져요, 아무리 돈을 때려 부어도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전략 자체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전략을 완전히 바꿔서 농업을 살릴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중국제가 우릴 따라오니까 우리 임금 낮춰서 경쟁해야 된다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논: 그럼 규모의 영농이 대안이 아니라고 하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정: 우리 소득에서 먹는 거에 쓰는 돈이 굉장히 적어요. 외식비가 들어가는, 남자들 술 뭐 이런 거에서 왕창 나가는 거 빼고 하하... 그걸 제외하면 식비로 들어가는 게 굉장히 적거든요. 두 배를 지불한다고 해도 '안전하다'라는 거만 믿을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미국산 농산물의 특징은 카길이나 타이슨푸드가 대량생산하는 거고, 유전자 변형도 하고,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그들 말대로 과학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불안한 식품들인 건 틀림없거든요.

논: 지난 번 토론 때 보니까 송영길 의원이 미국소의 광우병이 사람들이 먹으면 당장 탈 날 정도로 위해한 거라면 그 몇 억의 미국 인구가 자국산 소고기를 어떻게 먹느냐. 이런 말을 하던데요.

정: 그거야 말로 웃기는 얘긴데, 영국에서도 그랬어요. 영국에서 광우병 발생 했을 때, 영국농림부 장관이 딸 데리고 나와서 시식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광우병 또 발생했어요. 그리고 자꾸 인간 광우병이 늘어나면서 결국은 막은 건데, 현재 발생 안 한 상태에서는 규제할 길이 없어요. 타이슨 푸드 같은 기업들이 너무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로비를 해서 의회를 장악하고 계속 미디어에서는 문제없다고 나가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죠.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저거 먹고 나 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건 약도 없다면 누가 그걸 먹겠어요? 근데 광우병은 잠복기가 10년에서 20년이잖아요. 20년이에요. 지금 안 나타난 게 당연해요.

신: 예전에 뭐 DDT나 고엽제도 당시에는 당시 지식수준으로는 위험한지 아닌지 잘 몰랐죠. 몇 십 년 후에나 뭐...

정: 미국에도 광우병 발생한 지 얼마 안됐어요. 소의 광우병이 아니라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는 거는 20년이 걸려요. 그러니까 괜찮다 괜찮다 하는 거지, 그거는 책임질 수 없는 얘기죠. 그건 유전자 변형 농산물도 마찬가지죠. 아까 얘기 계속 하면은, 그런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게 된다면 비싸도 사먹을 거예요. 그게 가능한 것이 농협이 그 역할을 할 수가 있어요. 농협이 전국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전산망이 다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농협이 지금처럼 고리대금업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품질 인증기관이 되고 도농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어야 해요. 전산망이 다 되어 있으면 이건 분명히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품질 인증에서 농협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 도시민들이 믿고 그 다음에 신선도, 안정성 등에 대해 농협이 품질인증을 할 정도로 통계 등을 통해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리고 농촌을 관광 쪽으로 돌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에요. 농업이 없는 농촌관광이란 불가능 합니다. 사람이 안 살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해요. 정주 공간으로써 농촌을 만들려면 일단 농업을 살려야 돼요.

신: 다른 맥락인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농업을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얼만큼 팔고 비싸게 먹고 그런 개념보다도 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령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식량 안보니 뭐 그런 얘기도 하지만은, 실질적인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진보 진영 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이야기한다면은...

정: 식량안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는 맞는데, 지금은 논쟁의 구도라는게 경제에 갇혀 있거든요. 근데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신: 경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겁니까?

정: 네. 충분해요.

논: 식량 안보론 얘기 나오면 산업론자들은 코웃음 치던데...

정: 네. 코웃음 치죠... 코웃음 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거죠. 농업, 건강에 대한 거는 예방 조치를 취해야 되는 거고, 가장 위험할 때를 대비해야 되는 거거든요. 에너지하고 식량이 그래요. 그걸 시장에서 언제나 공급할 수 있으리라 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언제나 부드럽게 시장이 움직일 거라고 하는 믿음 속에서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가령 우리가 신선도나 안전성 측면으로 접근해서 농업을 개편했을 때, 곡물이 문제가 된다면 그러면 저기 예컨대 하바로브스크나중앙아시아 쪽에서 이동한 한국인들이 많은 데,(러시아는 우리가 들어오길 바래요, 중국이 자꾸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거기 땅 많고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면 되요. 곡물은. 우리가 이미 생산하지 않게 된 곡물은.

논: 말씀하신 농업의 개선방향으로 본다면 일본 쪽에서는 어떻습니까?

정: 일본은 원예농 비슷합니다. 농가의 소득에서 농업소득 거의 없고, 원예농과 비슷하고, 그냥 지키는 거죠. 우리한테도 개방 안 하려고 그러죠. 개방하면 한국에 의해서도 눌린다라고...

논: 한국 생산비가 훨씬 싸니까.

정: 네 땅값이나 임금이 더 싸니까. 기술은 아마 비슷할거고.

소비자 후생론의 허와 실

논: 아까도 잠깐 얘기 나오다 말았지만...또 한편으로 찬성론자의 이야기 중에 어필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이거든요. 조선일보 보니까 웃기는 칼럼 하나 있던데 국민의 소원이 소고기를 마음껏 먹는 것이라고 선동하던데요. 어쨌든 관세 안 물리면 가격은 싸지니까..

정: 그러니까 처음에는 수출해서 이익을 본다고 하다가 그게 아닌 걸로 드러나니까 그게 소비자후생으로 바뀐 건데, 소비자후생이 정말로 중요한 거라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다 개방해버리면 소비자 후생이 갑자기 높아집니다. 제일 싼 물건이 다 들어올 거 아니에요.

논: 하긴 관세 문제는 아니지만 IMF 때 물건 엄청 쌌죠. 하하하..

정: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일본을 본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절이 가장 좋았어요. 하하... 디플레이션 계속 일어났고 가격이 굉장히 다운 됐으니까... 문제는 소비자 후생이 소득으로 연결되는 거에 달려있다는 거죠. 소득이란 건 생산에서 옵니다 분명히. 생산이 소비되고, 투자와 생산이 소비로 연결되어 오는 건데, 우리나라의 생산과 투자가 없어지면 소비가 떨어져서 소비자 후생이... 가격이 떨어져서 소비자후생이 늘어날 조건은 됐는데, 소득이 떨어져서 오히려 그 소비자 후생도 이용 못하게 돼 버리는 결과가 오죠.

논: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립되는 이론도 사실 문제 아닙니까?

정: 소비자 후생이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쳐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하는 거니까, 그 이야기를 생략해버리는 거죠. 거시적인 어떤 관점을 생략하고 하는 얘기에요. 두 번째는 경쟁효과를 이야기합니다. 수입품이 들어오거나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경쟁을 하면 좋아질 거다, 근데 경쟁 역효과라는 것도 있거든요. 경쟁할 수 있으면 좋아지는데 분명히, 경쟁을 못하는 부분은 독점이 되어버려요. 그럼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죠.

의약품을 개방했으니 약값이 올라간다는 거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제약기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오히려 미국 기업의 독점을 강화시켜 주는 거거든요. 개방이 경쟁강화 뿐만 아니라 독점 강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거거든요. 생산성 격차가 크면 독점 강화로 연결되요. 그럼 독점가격이니까 올라가고 소비자 후생의 저하로 연결되요. 그러면 꼼꼼하게 산업산업마다 일일이 따져가지고 독점 강화로 가는 부분하고 경쟁강화로 가는 부분이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낮아지냐를 보고나서 이야기 해야지, 전체를 이야기하려면. 근데 경쟁강화로 갈 부분이라는 것이 우리 대기업들이 하는 부분일 거예요. 나머지는 독점 강화로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러면 양극화죠. 소득이 정체되거나, 제가 보기엔 약간... 한미 FTA가 소득에는 그렇게 영향을 못 미쳐요. 그러니까 (CGE 모델은 별로 믿을 게 못되지만) 하여튼 민주노동당 우리 팀에서 CGE 돌려보니까 0.22퍼센트 나왔어요. 10년내지 20년동안 GDP 0.22퍼센트, 그러니까 일 년당 0.02퍼센트 증가한다. 한미 FTA 효과가 그렇다는 거죠. 아무 효과가 없고 그건, 세계은행이나 OECD 보고서도 마일드(mild)한 영향을 미친다. FTA라고 하는 것이 '미미한' 또는 '온건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결론이 난 이야기에요.

논: 소득이나 생산적인 면에서 그렇게 미미한 영향을 얻는 대신에 거기에 따른 피해랄까 그런 것은 어떻습니까?

정: GDP라는 것은 생산인 동시에 소득이니까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문제는 그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양극화 돼서 분배는 악화될 거다라는 거죠.

논: 양극화는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 않습니까?

정: 물론 과거부터 일어났죠. 적어도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대체로 94년, 95년부터입니다. 그 시점이라고 하는 거는 김영삼씨가 자본시장 본격적으로 개방하면서, 그 이전에도 이데올로기적으로 개방의 이데올로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경제자체가 전면적 개방, 즉 선택적 개방이 아니라 전면적 개방으로 바뀐 건 94년부터예요. 그 때부터 심화됐고, 외환위기 때 극단적으로 벌어졌고, 한미 FTA는 그 양극화를 제도화 하는 거예요. 반영구적으로 제도화 하는 거죠.

논: 근데 거기서 이야기하는 거는, 양극화를 중국시장이 우리 같이 저부가가치 산업을 이제 먹고 들어가니까...

정: 이거죠, 중국과 FTA를 하면 양극화가 진행되지만 미국과 FTA를 하면 양극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거죠? 그 논리적인 기초는 헥셔-오린 정리예요, 비교우위론이에요. 헥셔-오린 정리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저부가가치 산업을 특화를 하면, 저부가가치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저부가가치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양극화는 해소된다, 이거잖아요.

일단 단순하게 비교우위론이 관철되는 것은 아니고, 현실에서. 그리고 그거를 그대로 받아들인 다면은 정부정책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는 거에요. 우리나라가 범용제품, 저부가가치 특화화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에요. 그러면 원래 목표는 뭐에요, 한미 FTA를 통해서 첨단화하고 경제를 선진화 한다는 거죠. 근데 거꾸로 우리는 자기모순에 빠진거죠. 범용에 빠져서 중국하고 경쟁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론 그렇게 되진 않아요. 부분마다 달라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살아남는 분야는 계속 커질 것이고, 밑에 부분은 사실상 없어지는 거죠.

이미 비교우위론이 여러 가지로 반박이 됐잖아요. 경쟁 우위이론이라던가 전략적 무역이론으로 반박이 됐는데, 비교이론이 그런 힘으로는 작용이 되는데, 실제 현실은 안 그렇거든요. 현실에서 실제로 안 그렇게 되는 이론이 뭘까가 경쟁 우위 이론이고 그리고 그 다음에 전략적 무역이론이에요. 이런 이론적 발전을 완전히 무시하고 리카도로 돌아가가지고 양극화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허허허.. 리카도는 비교 이론 그거잖아요, 전 세계가 다 똑같아진다는 거.... 임금도 수렴하고 말이죠. 하하.. 그걸 가지고 양극화를 부인하면은 정말 천박한 거지. 시장이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이야기 동어반복 한거죠. 그걸 한덕수? 하버드 대학교 박사가 이야기한 걸 보면 정말 한심해서... 허허허.. 그걸 대통령이 또 다시 반복하고... 우리 경제학 수준은 정말 천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지금..

신: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강자들의 보호무역이다. 이런 말도 그런 맥락인가요?

정: 그건 뭐 스티글리츠.. 같은 사람의 저서에서, 정확히 나오는 거죠.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평등한가?

논: 이번에 한미 FTA에서 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인데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지 않습니까?

정:아까 내가 맨 처음 이야기한게 금융 국제화를 통제할 수 있는 세계정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관철은 된다. 그러나 지역주의로 갈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투자자-국가소송제라는 게 뭐냐면, 그런 국제화가 되면서 초국적 기업의 이익이 관철이 되는데... 그걸 유일하게 통제하는 것이 국민국가에요. 그 국민국가의 권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투자자-국가소송제에요. 그러니까 국민국가의 사법체계 를 무시하는 거죠.

논: 그런데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도 그것으로 인해서 보호가 되고 예컨대 송영길 의원이 그 사안 나오면 자동응답기처럼 중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호텔업자가 쫓겨난 예를 들던데요..

정: 그 자체가 아주 단순한 사고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근대 경제학의 세계이기도 한데, 모든 건 평등하다, 교환은 평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가 싫으면 교환 안 하면 되는 거니까, 평등하다, 시장은 평등하다는 그 논린데, 실제로 세상은 평등합니까? 불평등합니다. 권력관계가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형식적으론 평등한 계약을 맺었어도, 사실은 불평등, 이게 노자관계가 그 대표적인 예에요. 나라와 나라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형식적으론 평등해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미국기업도 이용하고 우리기업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권력 관계가 있어요. 힘이 달라요.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을까요?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느냐라는 건 권력관계입니다. 여태까지 미국 정부는 한 번도 안 졌어요.

가령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오염물질을 굉장히 많이 쓰는 공해산업이에요. 반도체를 계속 세척해야하기 때문에 화학 물질을 많이 써요.(그것을 문제 삼아 이천에 못간 것도 그것 때문인데) 미국이 환경규제가 약한 나라인데, 환경규제를 강화시켰다, 이건 투자자-국가소송제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정부정책에 의해서 이윤이 침해됐기 때문에. 근데 삼성이 미국 정부에 대해서 소송을 한다? 나는 안 할 거라고 봐요. 현명하다면.

근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투기자본은, 예컨대 론스타는 지금 한미 FTA에서 맺어지면 분명히 소송제기하고 론스타가 이깁니다. 이거는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이랑 같아요. 이건 정부가 약속을 했거든요. 메탈클래드건이 이거에요, 사실상 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 지방정부에요, 근데 중앙정부, 연방정부에서 약속을 해 줬거든요.

논: 매탈클래드사건이라면 멕시코 분지에서 매탈클래드 미국 회사의 폐기물 때문에 암 발생 같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그 때문에 지방정부가 허가를 취소했다가 거액의 배상을 물어준 사건이죠?

정: 네. 쓰레기, 암발생... 근데 시 정부에서 허가를 안 내준거거든요. 근데 연방정부는 약속하고 시 정부가 안 맺어 준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메탈클래드가 이긴 겁니다.

논: 근데 우리 정부는 그것을 바로 멕시코가 질만해서 졌던 예로 들던데요.

정: 그러니까 연방정부가 약속하고 시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 라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그 기준으로 본다면) 다 걸려요. 내가 외자 유치를 2년동안 총괄하면서 담당해서 압니다. 론스타 마찬가지에요. 분명히 정부가 외환은행 처리하기 위해서 막 끌어들였거든요. 약속했다고. 근데 지금 약속한 걸 잘 들여다보니까 불법이에요.(근데 지금 적당히 덮으려고 하지만.) 근데 이 불법이라는 걸로 뭐 어떻게 하기 힘드니까 세금을 때리는 걸로 간 거 아니에요. 이건 적법이에요. 근데 이걸 투자자국가소송제로 하면 어떨지 몰라요. 특혜 준다고 약속한 걸 어긴 게 됐거든요. 메탈클래드랑 똑같아요, 구조가.

그런 힘의 불균등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기업도 보호하는 거니까 똑같은 거다, 심지어 미국 투자한 우리 기업의 양과 한국이 투자한 미국 투자기업을 GDP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더 많이 투자했으니까 우리가 더 유리하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미국이라고 하는 미국 정부나 미국 기업의 힘을 무시한 처사고, 특히 한국에 들어온 미국 자본의 성격이 투기 자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국내 제도하고 마찰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무시한 처사고..

송영길이 요새 들고 나오는 중국 문제는, 아니 중국하고 미국하고 똑같은 걸 맺어야 된다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돼요. 중국도 안 원할 거고, 그리고 우리도 일반적 원칙을 정할 때는 이런 초국적 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우리는 포기해야 돼요. 다른 나라와 협력을 하려면.

논: 근데 우리는 정부가 먼저 그 안을 들고 나왔잖습니까?

정: 그러니까 바보 같은 놈들이죠. 미국 거는 글로벌 스탠다드고 우리가 그걸 하면은 우리나라가 선진화 되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막연하게.

논: 근데 다른 나라와 FTA를 맺었을 때도 다 그런 조항은 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정: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조항이 달라요 일단,

논: 미국과 맺는 조항과 다른 나라의 조항이 다르다고요?

정: 네. 일단 다른 나라와 맺은 조항에는 국내법 소진절차가 들어 있어요. 국내에서 먼저 소송을 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그쪽으로 가는... 그래도 독소조항은 독소조항인데.

논: 그럼 국내법은 삼심제니까 사심제나 마찬가지네요?

정: 그렇죠. 사심제죠. 근데 지금 미국과 맺은 건 단심제에요. 우리 법은 하나도 관여 못하는 단심제에요. 그 다음에 또 하나의 문제는 여태까지 맺은 나라는 아까 얘기한 세력관계에서 큰 문제가 없어요. 칠레가 우리나라에 와서 소송 얼마나 하겠어요. 싱가폴이 와서 또 소송을 얼마나 하겠어요. 그러나 미국은 달라요.그리고 중국하고 할 때 그게 그렇게 필요한지. 그러니까 EU형으로 충분해요, G-to-G(정부 대 정부)거든요. 일단 문제가 있다면은 정부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훨씬 중국하고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지.

송영길이 예로 든 그 우리나라 호텔이 있잖아요. 호텔이 감히 중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소송을 제기해? 물론 철수를 할 마음을 먹으면 할 수도 있죠, 그게 얼마나 큰 호텔들인지 모르겠는데 지면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죠, 10억원 가까이 들거든요. 그걸 하면서 한다? 그러니까 힘의 불평등, 나라마다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FTA를 맺는 거지 미국형이 글로벌 스탠다드이기 때문에 이걸 다 발전시켜야 된다, 이건 미국 입장입니다.

논: 지금 그러니까.. 우리나라 관료들은 다 꿈속에서 살고있다는거나 마찬가지네요?

정: 이거에요, 한미 FTA 가장 강한 걸 맺었으니까 우린 이걸 들고 다른 나라를 공략한다. 황당하게도 자기가 미국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논: 근데 이제 ISD 거기서 지금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 정책 이런 것들, 공공정책 같은 경우는 많이 제외를 시켜서 무너질 일은 없을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습니까?

정: 그러니까 정부가 현재까지 밝혀진 ISD의 판결문을 보고 이야기하는 건데 판결문에는 환경이란 단어가 하나도 안 나와요. 그건 당연해요. 판결문은 투자챕터의 몇 가지 원칙을, 네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원칙을 어겼는지 안 어겼는지만 보는 거거든요. 메탈클래드 그 판결문을 보면 우리는 그 멕시코의 환경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돼 있어요. 그 정책이 왜 세워졌는지는, 그거와 관계없이 그냥 정책이 있었다. 그 정책이 투자챕터의 원칙을 어겼는지 안 어겼는지. 때로는 다른 챕터도 봅니다. 다른 챕터에 있는 것들도, 정부조달이라던가 이런 것도 봐요. 그러니까 환경에 대한 언급도 안 나오지만 실지로 1/3이 환경 관련된 판결이었어요. 그러니까 내국민대우 위반이라던가 극단적으로 '최소 기준' 위반이라던가 이런 게 환경정책에 나타나면은 이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런 거만 안 하면 된다라는 건 맞아요.

그러나 '최소 기준'이라는 게 뭐냐면,(이게 앞으로 굉장히 문제가 될 텐데) 내국민 대우를 해서 국내 기업과 차별을 안 했다고 쳐요. 근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 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면 문제가 되요. 근데 미국 기업한테 국제적 기준이라고 하면 그건 미국 기준이에요. 미국은 환경규제가 굉장히 약한 나라에요. 문제가 될 수가 있어요.

그리고정부가 자꾸 미국이 한 것은 다 옳다고 이야기하고 미국 정부가 하나도 안 진거는 미국이 그만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 실제로 판결을 보면, 서로 판결이 어긋나는 것들이 많아요. 미국은 거의 비슷한 사안으로 승소했는데 캐나다 정부나 멕시코 정부는 진 것들도 있고 이 제도 자체가 법적 안정성이 없어요. 같은 제도를 양쪽에서 제소한 적도 있습니다. 같은 정책에 대해서. 근데 이게 투자자-국가소송제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기업도 가능하지만 거기 투자를 한 사람도 소송이 가능해요. 각각 따로 제소를 했어요.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거에요. 그래도 아무 문제없어요, 이 제도 하에서.

논: 그래서 이게 위헌문제가 제기 되잖아요.

정: 위헌이죠. 사법권 침해, 평등권 침해, 사회권 침해죠.

논: 만약에 이게 타결이 됐는데, 이걸 헌법 재판소에서 위헌소송 제기를?

정: 할거에요.

논: 만약 거기서 위헌 판결이 나면은 어떻게 됩니까?

정: 위헌 판결이 나면은 이제 골치 아파지죠. 왜냐하면, 법적으로는 형식적으로는 헌법이 더 상위에 있기 때문에 이거를 폐기를 하던가 수정을 해야 되는데, 실질적으로는 FTA가 헌법 위에 있는 상황이거든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래요. 캐나다도 캐나다 학자들이 'superior constitutional' 이란 표현을 쓰거든요. 초헌법적 상황이다 이런 말이죠. 그런데 한국 헌법재판소가 미국 편향이 있기 때문에.. 허허.. 또 어떻게 판결 내릴지 모르죠.

논: 캐나다에서 연방법원인가 거기서 합헌 판결이 났다고 그러던데요?

정: UPS 건이 어떻게 해결 되냐에 따라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논: 캐나다 법원에서도 제도를 인정했다 이렇게 보는데?

정: 뭐 했다면 할 수 있죠, 뭐.그러나 그게 맞는 판결이라고는 볼 수 없죠. 나는 우리나라에서 이거 위헌 소송해 봐야 진다고 생각해요. 이거 겁나잖아요. 그리고 한미 FTA 전체를 뜯어 고치라는 이야기인데, 언제나 헌법 재판소는 정치적인 판단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

논: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훼손이 일어날까요?

정: 그러니까 부동산을 건교부가 갑자기 2006년 8월이 되서야 다시 들여다보고 부동산을 빼야된다 강력히 이야기하는 건, 조닝(zoning)이라는 게 다 문제가 되기 때문이에요. 투기지역설정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되요, 거기에 미국기업이 있었는데, 그들이 땅과 건물을 갖고 있었다, 투기지역설정을 안 했을 땐 가격이 올라갔을 텐데, 그것으로 인해서 재산상의 이익을 포기해야 되잖아요, 이건 투자자-국가소송제 대상이 됩니다. 그럼 그 정책을 아예 안 쓰게 되요. 그걸 chilling effect(의기소침 효과) 라고 해요. 이걸 의식하게 되면, 정당한 규제 정책을 못 쓰게 되요, 자꾸 축소가 되게 되요.

새로운 물질이 나타나면 장래의 위험 때문에 이것에 대한 사용 규제를 시켜야 되는데, 이걸 미국 기업이 하고 있다. 그러면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적미적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러니까 예방조치는 불가능해 지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과학적으로’가 중요해요, 미국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느냐 가지고 모든 소송이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가 지금 잘 알지 못하는 물질의 위험성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개성공단은 쾌거?

논: 국가 소송제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참 섬뜩한 제도네요. 개성공단 문제로 넘어가 볼까요? 역외가공무역이라는 표현으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이 점이 북한개방과 남북관계 진전에 결정적인 구실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기도 하고요. 또 이것 때문인지 이른바 일부 햇볕론자들이 한미 FTA를 찬성하는 명분이 되고 있죠. 물론 개성이라고 딱히 표현되지 않았지만, 역외가공무역이라고 하는데, 싱가포르나 다른 FTA 맺은 곳에서도 개성이라고 하지 않고 '역외가공무역'이라는 표현만 씁니까?

정: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분명히 '개성'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개성 등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물건이 한국을 통해서 수출될 경우 한국 산으로 인정한다. 이렇게요.

논: 아, 그렇군요. 근데 개성공단 문제가 한미 FTA로 들어가면서 남북관계의 질적인 발전에 돌파구의 역할을 한다는 일부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문제 틀이 완전히 잘 못 됐어요, 왜냐면은 한-싱가폴 FTA에 분명히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전역을 다 한국산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되어 있어요, 개성공단이 처음에 FTA에 들어간 것은 제가 주장을 해서 김현종 본부장이 그걸 집어넣었고, 내가 싱가폴 대사를 만나 설득을 했어요.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성공단을 한미FTA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안 거는 싱가폴 때부터예요. 그 다음에 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의 FTA)때도 관철됐어요. 지금 문안은 완전히 축소된 거에요. 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많이 붙었잖아요.

위원회를 만들어서 북핵문제가 해결이 되고, 노동 문제 이런 걸 다 보겠다는 거 아니에요. 과거에는 그냥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건데 이게 완전히 축소 됐고, 사실은 북미관계가 완전히 풀려버리기 전까지는 인정 안 해 주겠다 이 이야기거든요. 이건 축소에요, 성과가 아니라 기존성과를 축소시킨 거예요. 사실상 곤란하게 만든 거예요. 이게 어떻게 되나 봅시다. 다른 나라와 우리가 FTA를 맺을 때 개성 공단을 넣고 싶다라고 한다면 그 이전에 아마 미국이 없었으면, 사례가 적고, EFTA하고 싱가폴이 완벽하게 열어줬기 때문에, 그게 사례니까 그걸 조금 줄이거나 어떻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한미 FTA가체결되면 이게 규준이 됩니다, 미국 규정이. 미국을 따라간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내가 초기에 개성을 아예 빼버려라 의제에서, 그게 차라리 우리에게 남는 일이다, 이랬어요. 빼버리면한미FTA에는 규정이 없으니까 여전히 싱가폴이나 EFTA가 레퍼런스(reference), 즉 참조가 되는데, 이제는 미국이 참조가 됩니다. 기준이 되요. 굉장히 불리한 일을 해 놓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떠드는 것은 정말 적반하장입니다. 심지어 이 문안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을 거에요. 거기까지 의심이 가요, 지금 떠드는 걸 보면.

신: 정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한-미 FTA 때 개성공단이 들어간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정: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먹잇감이었어요. 다른 나라한테는 개성에서 생산되는게 어느 정도나 된다고, 이런 정도만 따지겠지만, 미국은 이건 먹이감이죠. 이걸 가지고 뭐든지 얻어낼 수 있는, 즉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맨 처음부터 제기 안 하는 게 더 옳았다고 전 생각해요.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가 얻어왔던 성과를 대폭 축소시켰고 미래에도 축소시킬 얘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한 협상이에요.

한미 FTA의 미래와 대안

논: 한미 FTA로 우리나라 노동환경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 노동문제, 환경문제는 그냥 받아들여도 돼요. 다만 그 기준을 제대로 ILO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미국의 노동환경이라는 게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ILO수준으로 높이고 그걸 양쪽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를 한다면 그건 좋다고 생각해요. 원래 그게 어떻게 들어가 있냐면, 부시가 나프타를 추진하다가 클린턴으로 바뀌었어요. 사인한 사람은 클린턴이에요. 클린턴이 사인하는 조건으로 노동환경 챕터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어요. 캐나다와 특히 멕시코의 노동환경 운동가들은 참 환영했죠. 그랬는데 그 GAO라고 그걸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구가 일 년 만에 무력화 되어가지고 이건 있으나 없으나 마나한 제도가 되었어요. 이 노동환경은 양날의 칼인데 미국입장에서 미국 제조업 입장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어요, 노동환경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은 아동노동이나 이런 걸 못하게 해서상대방 임금을 상당수준 높여서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려고 하는 그런 측면도 있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거하고는 관계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환경은 더 강화시키고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하자,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없어요.

논: 지금 우리나라 경제체제를 볼때, 대략 70~80% 정도?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경제체제의 미국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한미 FTA를 체결하면 그런 경제체제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빠져나올 방법은 없어지는 겁니까?

정: 네 없죠. 한미 FTA를 파기하지 않는 한. 점점 미국 제도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아마 이렇게 될 거에요. 초기에 몇 개 받아들인 게 아마 미스매치(miss match)가 될 거에요. 불일치가 되어 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거예요. 김영삼이 세계화 했을 때 우리가 자본시장 개방해서 단기자본을 들여와서 장기 투자를 하면서 미스매치가 일어나 가지고 외환위기가 빠졌잖아요. 상황이 좋을 때야 계속 대출 연장을 해주겠지만, 상황이, 가령 말레이시아나 이런 데 막 나빠지니까 이제 대출 연장을 안 해주고 그런 것이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잖아요. 그런 미스매치가 많이 일어날 거예요.

미스매치가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이제 정부의 논리도 확실해요.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 더욱더 미국형으로 바꿔야 된다. 뭐 재경부의 신념입니다. 이미 다 공공서비스 민영화계획 다 갖고 있어요. 그 때 제도가 완전히 미국화 될 것이고 점점 강화가 되지 그게 역전될 가능성은 없고, 역전시키는 것은 바로 걸려요. 그것이 만약 투자자의 권리를 건드리면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걸릴 것이고,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제도를 돌려놓을 수 없어요. 렛칫 조항에 의해서 개방화, 민영화 쪽으로만 가게 되어있지, 거꾸로 공공성의 강화 이런 건 불가능해요.

논: 근데 노대통령 담화문에서 보면은, 농업, 제약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서 도대체 어떤 피해가 있는지 반FTA론자들 중에 제대로 말해준 사람 없다고 하던데요?

정: 그러니까 정말 큰 문제이죠. 대통령한테 아무 보고도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죠. 아까도 이야기한 제조업에...

논: 아니, 노대통령 본인이 직접 반대론자들에게 물어봐도 뚜렷하게 답해준다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정: 그러니까 인터넷 신문 기자들한테 물어봤죠.

논: 네? 하하하하... 정말 그럴까요?

정: 그럼 누구한테 물어봤겠어요? 아니면 찬성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봤겠죠. 반대하는 사람이 노대통령하고 토론한 적이 있어요? 경제학자하고? 아무도 없어요.

논: 청와대에서 정말 없었을까요?

정: 아무도 없어요.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옛날에 PD수첩 이런 데에서 정치인하고 일대일 토론해서 좋다고 이런 이야기도 했대요, PD수첩에 따르면. 그러나 이정우 선생한테 질문한 적도 없고, 저한테 질문한 적도 없고...

논: 지금 보수언론들은 모두 미친듯이 FTA를 환호하고 있습니다. 뭐,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선호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이데올로기적인 측면 말고... 이번 한미 FTA가 그런 보수언론들에게 어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득은 있습니까?

정: 일단은 뭐 신념이겠죠. '시장이 바뀌면 잘 될 것이다 미국하고...' 뭐 이런.. 또 우리가 (미국과) 긴밀해 져야 된다는 생각도 원래부터 그들의 신념이고.. 그리고 직접적인 이익은 중앙이나 조선은 방송을 생각할 수 있겠죠. 언젠가 방송 민영화가 되면 방송을 먹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겠죠.

논: 지금은 방송과 신문의 겸업은 불가능하죠?

정: 근데 미국이 진출하려고 하면은 예컨대, 조선-워너 MBC, 또는 조선-워너 KBS2 이런게 생길 수 있겠죠. 이렇게 되는데, 그거 분명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미 FTA는 삼성 등 재벌과 조중동, 그리고 재경부라고 하는 우리나라 지배세력을 강화시켜주는, 돌이킬 수 없는 지배세력으로 만드는 그런 국제 협정이에요. 찬성을 할 수 밖에 없죠.

논: 요즘 몇 해 전부터 소장학자 중에 주목받는 분이 있잖습니까.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요. 며칠 전 한겨레21에서도 새삼 그의 주장을 논쟁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북구 스웨덴형 모델이라는 진보적 체제를 지향하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비판적으로 여겨왔던 재벌체제의 긍정성을 인정하자...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러니까 장하준 교수의 얘기 대부분 동의하는데, 몇 가지는 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중앙 은행이라던가 재벌에 관한 이런 것들입니다. 유럽의 논쟁 구도가 그렇기 때문에 그래요. 바로 한국에 대입할 수는 없어요.

논: 그럼 산업정책과 재벌 체제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을 했고, 또 앞으로 상당기간은 그 전략은 유효하다.... 이런 내용은 어떻게 보시는지? 물론 그 분도 그런 관점에서 이번 한미 FTA도 상당히 비판하긴 하는데요.

정: 그러니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고, IMF다, 세계화다, 한미 FTA다 이런 거에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잘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장교수 주장대로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그런 역사, 이론을 가리킨 거지 한국적 계급 구도 속에서의 선택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 이런 거는 할 수가 없죠. 이미 영국 간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런 분야에서 좀 차이를 둘 수 있죠.

논: 국내에 있는 같은 입장인 정승일 교수도 그런 주장을 많이 하는데요...

정: 예컨대 스웨덴 형을 지금 꿈꿀 수 있어요. 삼성에서 발렌베리를 연구했잖아요, 근데 삼성하고 발렌베리? 하하하.. 너무나 다르죠, 그 차이를 인정을 해야지..

논: 근데 노자 대타협을 하자, 재벌의 세습체제 인정하는 대신에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식으로...

정: 타협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죠.

논: 그러면은 산업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70년대 같은 경우는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라던가, 80년대 같은 경우에는 정밀 기계, 전자-정보통신같은 고부가가치 공업 육성 등과 같은 산업정책이 있었잖아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산업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 지금 국제 규범 속에서 가능한 정책 중에 미국, WTO에서 인정하는 정책은 산업클러스터 정책이에요.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클러스터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클러스터 정책을 국가 균형정책으로 생각하고 한 것이 문제죠. 그리고 위에서 동시에 한꺼번에 여러 개의 클러스터를 형성시키려 하는 정책이... 뭐 그래도 저는 평가는 하지만 그다지 성공할 거 같지는 않아요.

산업클러스터: 비슷한 업종이면서도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일정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대학과 연구소·기업·기관 등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곳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논: 김대중 정권 때 벤처 육성 정책이 있잖습니까? 물론 IT 거품같은 부작용도 있긴 했지만, 그런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거는 벤처가 잘 클 수 있는 금융환경이라던가 이런 걸 조성하고 벤처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제공은 그건 뭐 산업 정책이라기보다는 뭐 국가가 언제나 할 일이니까, 해야 될 일이고, 그건 뭐 지금도 진행이 되고 있고....

신: FTA 타결되고서, 찬성론자들의 담론은 국민들에게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거 같거든요. 가령, 개방으로 먹고산다, 3만불 선진국이다, 경쟁력 강화다...근데 반대의 논리는 이런 담론 싸움에서 좀 밀리는거 같아요. 너무 많은 설명이 따라붙으니까 국민들에게 머리에 딱 꽂히는 그런 논리가 아직 개발이 안된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비준이 진행되어도 그 저지하기가 만만치 않을거 같은데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 허허...가능성 모르죠. 그러나 막아야죠. 국민이 알면 100퍼센트 막을 수 있습니다. 내용을 알면. 아니 땅덩어리가 적으니까 한미 FTA 해야 된다라고 하면 어이가 없어요. 땅덩어리 적은 나라 중에 중남미 국가 빼고 미국하고 FTA 맺은 나라가 어딨어요. 한 나라도 없어요. 개방한다는 것도... 이미 개방이 많이 되어 있는데, 그게 한미 FTA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신: 그러니까 논리적으로 맞는 말씀인데, 피부적으로 와 닿는 그런 단순 명쾌한 논리개발이 좀 더 개발될 수는 없냐는 거죠.

정: 한미 FTA는 논리는 진짜 비약이 확 일어난 거거든요. 선진국 중에 미국이랑 FTA 맺은 나라? 그건 캐나다가 미국이랑 워낙 가까운 나라라 그런거고, 호주 하나 밖에 없어요. 호주는 농업이 굉장히 강한 나라에요.

신: 어쨌든 논리적으로 얘기를 들으면 설득이 되는데, 보통 국민이 시사 현안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지는 않잖아요. 그냥 막연하게 소고기 싸진다, 수출 잘 된다.. 이런 식으로만 머릿속에 입력되고...

정: 뭐 쉽게는 우리도 얘기할 수 있어요. 보도가 안 되고 언론을 못타니까 문제죠.

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캠프에 들어가셨죠? 민노당 당원이 되신 건가요?

정: 하하.. 저 당원 아닙니다.

논: 이번 한미 FTA로 대선정국이랄까,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뀌겠습니까?

정: 예, 이제는 중도라는 건 성립하지 않아요. 한미 FTA에 의해서 둘로 갈라질 것이기 때문에.... 제일 많게 된다고 하더라도 네 개가 될 겁니다. 한나라, 한미 FTA찬성하는 이른바 중도, 그리고 한미 FTA반대하는 중도, 민노당.... 이런 식이거나, 제일 적게는 두 개로 되겠죠. 진보 대 보수.

논: 이번에 대선은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하하.. 좀 막연한 질문인데..

정: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고 이야기 해야지 뭐라고 얘기해....하하..

신: 대선 정국에서 과연 한미 FTA가 최대 이슈로 등장한다고 보십니까?

정: 제일 큰 변수에요, 그리고 좀 더 이슈가 뜨거워지면, 표심 때문에라도 서로간에 '이건 막겠다', '저건 막겠다' 이런 식의 경쟁이 붙을 거에요. 그러면서 미국을 건드리겠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경쟁이 그런 식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논: 앞으로 싸움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러니까 근거 없는 낙관론자가 제 별명입니다. 대학교 때부터 별명이에요. 하하하... 그리고 심상정 대통령 됩니다!

논: 하하하... 여담인데... 청와대에서 그래도 한 솥밥을 먹은 사람들, 또는 노대통령하고 인간적인 부분도 있을 텐데.. 요즘 한미 FTA 때문에 좀 인간적으로 갈등이 일어나거나, 불편한 적은 없습니까? 예전에 레디앙에서 인터뷰했던 것이 연일 기사화되었잖아요. 386이나 재경부 관료 비판한 내용이 부각이 되서 좀 곤혹스러워 했던거 같은데요..

정: 별로 없었습니다. 대체로 사실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게 부담이었겠지요. 시민이는 친구로서 "인터뷰보다는 글로 해라"" 그 정도 전화를 했을 뿐이에요.

논: 송영길 의원이 '100분 토론'때 정 선생님을 기피했다고 하던 것은 사실입니까? 또 찬성론자들 중에는 토론때 선생님을 많이 기피하지 않나요?

정: 방송사에서 "정태인 나오면 안 나간다" 이런 소리를 했다는 얘긴 들었어요.한미 FTA 체결지원단에서도 그런 소리를 했다는 얘길 들었구요. 아무래도 정부 얘기를 많이 아니까, 그렇겠죠.

김종훈만 고생 시킬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람, 즉 김현종 본부장이나 한덕수 총리가 나서서 설득을 해야 합니다.저야 물론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그 분들이 뭐가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사실을 훨씬 많이 알고, 토론 나간다면 전 부처가 다 동원돼서 답 써주고, 제가 한 말 분석해서 공격 포인트까지 다 정리해 줄텐데...

그런데도 만일 토론을 회피한다면 그건 숨기는 게 많아서입니다. 언제든지 공개 토론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대환영입니다.

논: 이 시간 이후 스케줄은 뭐가 있습니까?

정: 대학 강연이 있어요. 고려대하고 동국대로 가야합니다. 내일은 오전부터 지방에 내려가야 되고요. 대학생들이 지금에서야 좀 움직이네요. 하하하...

논: 진짜 불철주야로 뛰는 국민의 경제 비서관 역할을 하시는군요. 바쁘신 스케줄 중에도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딴지 논설우원 직빵맨(freechhb@naver.com)
딴지 편집국 신짱(redp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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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원문은 아래의 주소에 있습니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03291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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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두 개의 대한민국
[기고] 노무현 정부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려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병천 강원대 교수(무역학) 겸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이 기고문을 보내 왔다.

이병천 교수는 이 기고문을 쓰게 된 동기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사실상 두 개의 대한민국으로 나뉘어져 버린 한국 사회가 한미FTA를 계기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공공정책이라는 수단마저도 상실한 완전한 두 개의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라고 설명했다. 이 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 '안국동 창'에 동시 개제된다. <편집자>

바리케이드의 저쪽과 이쪽

2007년 3월 대한민국의 강과 산, 광장과 거리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 왔다. 그러나 만물이 소생하는 생(生)의 시간, 산속에 쌓인 눈이 녹고, 얼어붙었던 강물이 풀리고, 매화와 산수유 꽃이 피는 봄이 왔건만 결코 예전 같은 봄은 아니다. 2007년 3월 대한민국의 봄은 중국 대륙 발(發) 황사가 아니라 태평양 바다를 건너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라는 신종 괴물의 출현 때문에 빼앗긴 봄이 되고 있다. 지금은 비상한 시국이다. 빼앗기고 있는 우리의 봄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한미 FTA의 최종 고위급 "막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3월 대한민국의 광장과 거리는 전경버스로 엮어놓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아니 대한민국이 갈라져 있다. 바리케이드의 저편에는 집회와 시위의 기본적 시민권마저도 억압하고 시민적 자유의 공간을 박탈하면서, 나라경제의 주권과 민중 생존권을 팔아넘기려 하는 '자유-보수 연정'의 지배블록이 군림하고 있다. 한편 바리케이드의 이쪽 편에는 노숙과 릴레이 단식농성으로 광장과 공원에서, 거리에서, 자유의 공간을 탈환하고자 하면서 나라 경제의 주권과 민중 생존권을 수호하고 사회통합적인 공공의 선진국가를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연대세력이 진지를 치고 저항하고 있다

이 광경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오늘의 아방과 타방이 20년 전 6월 '독재 대 민주'로 대치했던 그때의 구도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본의 세계화 시대, 재구조화된 한국의 국민국가와 신(新)경제질서에서 '신자유주의 지배동맹'과 '새롭게 성장하는 시민적 저항과 진보 연대'를 각기 대변하고 있다.

바리케이드의 저쪽과 이쪽이 한미 FTA를 보는 시각, 그리고 한미 FTA 공방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 단계를 읽고 미래를 세우려는 방향은 너무 다르다. 서로 간에 벌어져 있는 간극이 너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한미 FTA를 통해 자신의 집권을 뒷받침했던 지지 세력을 배반하고 명백히 자유-보수 세력 간의 실질적 대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4년이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을 예고해 주는 것이다. 이는 무척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최대의 문제는 대한민국과 국민 대중의 삶에 가져다 줄 대재앙이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쇼크 요법식 맹목적 개방주의, 나라와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무책임한 도박 때문에, 다시 말해 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의 급진적 개방과 파괴적 구조조정 충격이 만들어 낸 양극화 성장 체제 "두개의 대한민국" 체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심화시키려는 제2차 시장보수적 정치기획 때문에 위험에 빠지고 위태롭게 된 것은 "모두를 위한 대한민국"이다. 나라경제의 주권과 주권적 공공정책, 절차적·실질적인 것을 모두 망라한 우리의 약한 민주주의, 사적 자본의 맹목적인 이윤쟁탈전과 경쟁에 종속되지 않는 기본권으로서 양질의 일자리, 생명 및 건강권과 보편적인 공공 서비스, 농도불이(農都不二)의 생태적 균형과 풀뿌리 자치, 문화적 다양성과 정체성, 요컨대 더불어 잘 살아 보고자 몸부림치는 이 땅의 선량한 보통 사람들의 꿈이 그것이다.

나라의 주권, 민주, 공공, 생태, 그리고 평화, 이 모든 것을 짓밟는 것이라면 한미 FTA는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협상인가. 노대통령은 기어이 범국민적인 거센 반대와 저항을 짓누르고, 결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려는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헌정 쿠데타

참여정부는 이번 최종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한미FTA저지 범국민 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신고한 한미 FTA 반대 집회에 대해 금지통보를 내렸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집회 금지통보 철회에 대해서도 묵살로 일관했다. 그리하여 작년 11월 이후 범국본이 신고한 모든 한미 FTA 반대 집회는 금지 조치를 당했다. 정부는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 거주 집회 참가자들의 상경을 폭력적으로 원천봉쇄했다. 정부는 심각한 위헌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이름으로 국민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이런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FTA 협상은 법을 지키고 국민의 동의를 얻었는가. 한미 FTA 협상에는 원천적이고도 태생적인 위헌 행위가 있다. 참여연대의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한미 FTA 협상은 어디를 보아도 국민들이 동의한 흔적이 없다"면서 "몇 명의 통상관료들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행위는 '헌정 쿠데타'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장에서 벌어지는 '쿠데타'를 막아내자', 2007/3/26 pressian.com).

한미 FTA를 '헌정 쿠데타'로 규정한 것은 한미 FTA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것이라 생각한다. 한미 FTA 협상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는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 일종의 '헌정 쿠데타'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한다. 정부는 협정문 초안을 국회에조차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헌법 60조에 규정된 국회의 체결 동의권을 부정한 위헌적 행위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 FTA는 헌법을 포함해 최소한 100개 이상의 현행 법률의 개폐를 요구한다. 따라서 현 정부는 6월 항쟁의 핵심적 성과인 절차적 민주주의의 시계바늘마저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한미 FTA 협상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첫 번째 이유다.

이익의 균형?

그러면 '헌정 쿠데타'로 밀어붙이고 '4대 선결조건'을 보장하면서 지금까지 끌고 온 협상의 결과 한미 FTA는 양국 간에 이른바 '이익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가. 협상 결과는 한마디로 처참하다 할 정도로 불공정, 불평등 협상이 되고 말았다. 한미 FTA 협상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보다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조금이라도 달래면서 협상 타결 자체에 매달리는 양상으로 변질됐다.

먼저 협상 결과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실익으로 무엇을 얻었나. 우리 정부가 내세웠던 기대이익 목표들은 대부분 상품 수출에서 시장접근 확대를 위한 것이었다. 비(非)관세 장벽으로 반덤핑 등 무역 구제법의 개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관세 조기철폐, 섬유류의 관세 조기철폐 및 원산지 관련 원사기준 원칙(얀 포워드)의 완화, 개성공단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 그리고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직 비자쿼터의 확보, 존스액트(Jones Act)의 완화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중 우리 정부가 제대로 달성한 성과는 거의 없거나 지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예로서 무역구제를 보자. 이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항으로 정부가 최우선적인 전략적 목표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15개 항목의 개선요구를 제시하다 핵심적인 '제로잉(Zeroing)' 조항을 포기하는 등 5개 항목으로 대폭 축소했고, 마침내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무역구제 협력위원회 설치'로 끝이 났다. 또한 한미 FTA가 미 '연방정부'와 체결하는 것이라서 '주(州)'의 경우는 개별 주 정부가 동의할 때만 구속력을 발휘한다는 것 또한 한미 FTA가 심각한 불균형 협정이 되는 중요한 이유다.

반면에 우리가 감수해야 할 비용과 고통은 엄청나다.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것은 미국식 표준 FTA의 고유한 원칙이자 우리 정부가 나라경제와 사회를 미국식으로 개조하기 위해 이미 자발적으로 수용했거나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협정의 기본 제도 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nvestor-State Dispute): 전방위적으로 외국 투자자에 나라 주권을 양도하고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 때문에 참여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도 대부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예외 항목에 부동산, 조세 등을 집어넣는 정도가 쟁점으로 남아 있긴 하나 이를 관철한다고 해도 얼마나 실제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 최근 범국본이 새롭게 문제제기한 것인데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협정에 의해 부여된 "합리적 기대이익"이 침해될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상품무역, 원산지, 서비스, 정부조달, 농업 등 5개 분야에 이 제도가 적용되는 것으로 이미 합의됐다. 최종 고위급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이 포함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네거티브 방식의 개방: 이는 개방 유보를 명시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생겨날 신생 서비스 산업도 자동적인 개방 대상이다. 개방의 폭, 속도, 순서 등을 조절해야 하는 정책 자율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내국민 대우(National Treatment)와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 이는 외국인 공급자에게 내국민과 동등한 경쟁 기회를 제공해서 국내 시장, 영세업체, 공기업 등을 무차별한 개방과 경쟁의 바다 속에 집어넣는 조항이다.

-래칫(Rachet, 역진 방지) 조항: 현재 유보 분야를 더 많은 개방의 방향으로만 진행되도록 구속하는 제도다.

이같이 주권을 양도하고 공공의 국가를 파괴할 수 있는 제도들을 이미 수용했거나 수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에도 정부는 농산물, 쇠고기, 의약품, 자동차, 지적재산권(TRIPs), 방송·시청각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방적 양보를 거듭했다.

대표적인 예만 보자. 미국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하였다고는 하나 미국은 20개에 달하는 새로운 요구를 내 놓았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하며, 약값의 심각한 폭등을 가져올 것이다.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은 살코기만이 아니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가득한 뼈를 수입하라고 요구했다. 마치 뼛조각은 뼈가 아니라는 듯 수입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사상 최대 폭의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한국의 농업과 농촌은 괴멸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자유무역은 공정무역이 아니다

한미 FTA 협상은 굴욕적인 퍼주기식 '깡통 FTA'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멕시코와 미국 간의 협상도 이같이 일방적 퍼주기는 아니지 않았을까 여겨질 정도다. 97년 외환위기 극복 방식에서 <IMF 플러스> 개혁을 단행했던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IMF의 개입을 용인하지 않고 경제적 민족주의 정책으로 대응했던 말레이시아는 최근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도 주권국으로서 당당한 자세를 취하면서 협상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 또한 외환위기 극복 방식의 차이에 이어 한국과 중대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고 작년 말 스위스가 미국과의 FTA에서 농산물의 개방 방식(스웨덴의 포지티브 방식 대 미국의 네가티브 방식) 등 농업 부문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큰 폭의 대미수출 증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FTA 협상을 중단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발적·맹목적으로 개방하고, 나라경제를 미국식으로 개조하고, 미국과 전면적 경제통합을 이루는 것만이 한국이 살 길이고 선진국이 되는 길이라고 간주하는 정책노선, '4대 선결조건'을 내주며 시작했던 굴욕적 협상 자세의 당연한 귀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미국 협상단은 진정 "FTA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데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로 축하를 받아도 좋을듯 하다.(이해영, "God Bless America! 체결전야의 한미 FTA", 한미FTA의 쟁점과 대안적 발전모델 모색, 4개 싱크탱크 토론회, 2007/3/7).

그런데 다른 나라의 FTA와의 비교도 비교지만, 우리는 '자유무역(Free Trade)' 협정이라는 일견 그럴싸한 이름을 가진 한미 FTA가 결코 '공정무역(Fair Trade)' 협정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개방은 그 자체가 자기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개방은 무턱대고 맹목적으로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의 지속가능한, 사회통합적 발전이라는 목표에 봉사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관리된 개방과 공정무역'이 요구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글식 자유무역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정무역" 협정이 되려면, 첫째 더 많은 개방과 무차별한 자유경쟁 시장(level playing field)의 수립이 아니라 협정 당사국의 발전 수준의 차이와 제도적,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독자적 발전 목표를 존중해야 한다. 둘째, 협정 의제를 가능한 한 무역 관련 이슈와 발전 친화적인 이슈로 한정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 조항, 금융서비스 조항, 의약품 조항, 지적재산권 조항, 경쟁 조항 등은 무역 협정 의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 (스티글리츠 외, <모두를 위한 공정 무역>, 지식의 숲, 2007, 특히 제 10장을 참조하라). 그러나 한미 FTA는 처음부터 이 "모두를 위한 공정무역" 원칙과 충돌하고 위배된다. 바로 이것이 큰 문제다.

한미 FTA는 왜 나라를 죽이는가

그런데 미국이 자기 식대로 들고 나오면서 강자 이익 보호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화하려는 것은 당연히 그렇다고 하자. 그렇지만 왜 우리 정부가 덩달아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비롯한 미국식 표준, 달리 말해 'FTA의 워싱턴 컨센서스'를 마치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처럼 금과옥조로 삼는 것일까. 왜 미국의 요구를 자진해 수용하면서 나라경제를 미국식으로 개조하려 드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나라경제와 국민의 삶을 깊은 구렁텅이 속에 빠트리려고 하는가.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시장, 어떤 나라인가', 즉 '자유 시장과 시장 국가인가 아니면 사회통합적 시장과 사회 국가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해야 한다. 이 주제를 가지고 우리가 논의해야 할 이야기는 실로 많다. 여기서는 다음 두 가지 문제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노무현 정부가 시장 만능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80%가 한미 FTA의 3월말 타결을 반대하고, 사회 각계각층을 망라해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각계각층의 요구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낼 능력을 상실하고 이들의 요구를 단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치부하고 오로지 시장 경쟁이 발휘하는 합리성이 이 자폐적 집단 이기주의를 깨트리고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석할 도리밖에 없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이 농업도 시장 논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까지 말할 지경에 이른 이런 사고야말로 바로 신자유주의 이념의 골간인데, 이는 하나만 알 뿐, 시장의 실패와 그 파괴력은 모르는 반식자우환(半識字憂患)의 소치다.

둘째, 노 대통령이 주장한 '전면개방을 통한 쇼크요법식 전략'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야 한다. 후발 중소국 경제가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 기적을 이루고 상당한 국민적 동의와 통합을 달성한 것은 동아시아나 북구의 경험이 보여 주는 바와 같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기적은 정부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게 맹목적 개방이 아니라 관리된 개방 전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국민적 통합의 경제적 기초에는 복지의 저발전을 만회하는 고용증대와 안정이 있었다. 그러나 97년 체제에서 이 두 가지가 모두 깨져 버렸다. 관리된 개방은 맹목적인, 급진적 개방으로 전환되어 국민경제 전반을 여과 없는 세계화와 미국식 스탠더드의 함정 속에 집어넣었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초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이 파괴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으나 이를 받쳐줄 수 있는 복지와 사회 공공성의 토대는 정비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보다 심층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못가진 자들이 십시일반 '금 모으기'를 통해 나라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 주었는데, 이에 대해 가진 자들은 정리해고로 화답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민주화 시기 한국 사회에서 우리 현대사와 함께 오랜 공익의 사적 전유와 그에 따른 공(公)에 대한 불신 현상을 심화시키고 공공성의 뿌리내림을 더욱 곤란하게 만든 근본 요인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두 국민'으로 갈렸으며, '같은 배를 타고 간다'는 공공의 감각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 노무현 정부가 위기에 처하게 된 근본적 요인이 놓여 있다 하겠다.

노무현 정부가 돌진적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발상과 전략이 헛된 것이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유, 그리하여 그것이 나라를 죽이는 길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방의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만의 복지와 공공성의 토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대책 없이 97년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몰고 온 양극화 성장체제, 즉 '두 개의 대한민국'의 아픈 상처와 팽배한 불신에 대한 아무런 치유책 없이, 97년 체제가 주는 교훈을 망각하고, 다시금 나라경제와 국민 대중의 삶을 몇 배의 충격으로 닥쳐올지 모를 새로운 위험과 공포 속으로 강압적으로 집어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한미 FTA가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사회 공공성의 기반마저 허물어뜨리고 나라경제의 발전 방식과 국민 대중의 삶의 방식에서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두 개의 대한민국'의 강을 건너게 할 것임을 모른다. 아니, 돌이킬 수 없이 공고한 '두 개의 대한민국'의 길로 가는 것이 바로 자신들의 '정치적 기획'이면서도 한미 FTA가 동반성장을 가져온다고 운운하는 등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두 국민의 시장 국가는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죽이고, 나라를 죽일 것이다.

'모두의 대한민국'이라는 길로 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개방 경험과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의 개방 경험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양자 간에는 노동의 정치적 참여 여부를 계기로 '사회적 개발주의 대 사회 민주주의'라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개방을 달성한 이들 국가에는 반드시 개방의 충격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는, 개방과 사회 통합이 선순환 할 수 있는 '시장의 비시장적 기초', 즉 국민이 동의할만한 사회 공공성의 탄탄한 안전판이 공통적으로 존재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와 북구의 성공한 소국 개방 경제는 개방과 '큰 정부(Big Government)'가 결합돼 있으며, 반드시 공공성의 토대를 구축하는 '사회적 조정(social adjustment)'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만 해도 공공주택과 공공의료의 비중이 80%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공공의료 비중은 10%대다. 그리고 전체 교육비 지출은 높지만 그 대부분은 사교육비가 차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노무현 정부는 시장과 개방 물신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바로 이 명백한 진실을 간과한다. 이런 상태로 주권을 양도하고 공공정책을 무력화하는 한미 경제통합으로 갔을 때 그것이 어떤 위험한 결과를 빚어낼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호텔의 밀실에서 최종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생업을 마다하고 3월의 광장과 거리에 나서 '한미 FTA 협상은 나라 경제와 민중 생존권을 팔아넘기는 작업'이라고 규탄하면서 그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정당하다. 노무현 정부는 이같은 다수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재앙을 안겨 줄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97년 체제가 낳은 '두 개의 대한민국', '두 국민' 분열의 시장 국가를 넘어서, 무모하고 무책임한 외부적 충격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지혜와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개방과 사회 통합이 선순환 할 수 있는, 관리된 개방과 사회통합적인 공공의 국가를 건설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모두의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가 할 일, 민주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되묻고 되찾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나라 경제와 국민 대중이 사는 길이자 노무현 정부도 사는 길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박노자 교수의 한겨레 21기고...

왜 한국교회는 참회하지 않나...

현대사 산책에서 읽은... 이승만에 대한 부분도 나온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주기도문으로 공포 되었다는것은 나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 역사를 이명박이 따라서 받은 것일까? ^^

하여간 읽을 가치가 충분한 기사라고 생각한다.

http://zine.media.daum.net/mega/h21/200703/27/hani21/v16184921.html

왜망실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다가 찾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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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글 위치 : http://www.jeonju.go.kr/juhtml/BOARD_GENERAL/b_contect.asp?board_id=new2004_free&P=&MM_B_IDX=31280&menu01=5&menu02=47&menu03=&menu04=&catenum=2

조선시대 전주의 역사와 문화

- 이 동 희 (예원예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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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진왜란과 전주성 수호

충무공 이순신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也)”고 하였으며, 조선 중기의 사림(士林) 안방준은 “호남의 보존은 의병의 봉기에서 말미암은 것이었다”고 하였다. 이 말들은 임진왜란에서 호남의 중요성과 호남인의 활발했던 의병(義兵) 활동을 잘 대변하여 준다.

전라도 공략을 맡은 고바야카와 다카가게(小早川 隆景)는 그 별군 안고구치 에케이(安國寺 惠瓊)로 하여금 창원(昌原)에서 남원(南原)을 거쳐 전주를 공략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곽재우(郭再祐)가 이끄는 의병군에 의해 진로를 저지당하자 방향을 달리하였다. 그리하여 무주(茂朱)를 거쳐 금산(錦山)을 점령한 왜군은 두 길로 나뉘어 전주를 공략하려 하였다. 한 부대는 용담(龍潭)과 진안(鎭安)을 친 다음 웅치(熊峙)를 넘어 전주로 들어가려 했고, 한 부대는 진산을 친 후 이치(梨峙)를 거쳐 전주로 진격하려 하였다.

이에 김제군수 정담(鄭湛), 나주판관 이복남(李福男), 함열출신 의병장 황박(黃璞) 등이 전주와 진안의 경계인 웅치에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7월 7일 고바야카와 부대의 별군인 안고구치 부대가 웅치를 공략하였으며, 이를 맞아 결사적으로 항전하였다. 물러났던 왜군은 다음날 대군을 몰아 전면 공격을 개시하였다. 고개 아래의 제1선 황박의 부대에 이어 중턱의 제2선 이복남의 진지가 무너졌으며, 고개 맨 위의 제3선 정담의 진지까지 밀린 조선군은 결국 안덕원(安德院)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서 후퇴를 마다하고 결사항전했던 김제군수 정담과 그의 종사관 이봉(李&#33873;), 비장 강운(姜運)과 박형길(朴亨吉), 고부출신 의병장 김제민(金齊閔)의 아들 김안(金晏) 등이 순절하였으며, 해남현감 변응정(邊應井)이 중상을 입는 등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왜군은 이들의 의로운 죽음에 감복하여, 조선인의 시체를 모두 모아 노변에 큰 무덤을 만들어 장사지내고, 그 위에 조선국의 충의로운 용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弔朝鮮國 忠肝義膽 )라고 쓴 표목을 세워 주었다.

웅치싸움에서 비록 패배하였지만, 이틀간에 걸친 혈전으로 왜군의 전력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 전라도를 보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이 전투의 의의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한편 웅치에서 후퇴했던 이복남은 안덕원에 진을 쳤으며, 웅치전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복현감 황진(黃進, 전라도 고부출신)도 안덕원 뒷산에 진을 치고 왜군을 무찔렀다. 웅치를 가까스로 돌파한 왜군은 안덕원에서 이복남과 황진의 반격을 받아 전력에 또 한차례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안코쿠지의 군대는 7월 10일 전주성 동문 밖까지 이르러 성황산(지금의 기린봉?)으로도 올라가 전주성을 넘보았다. 현재 아중 저수지 너머에 왜막실(왜망실)로 불리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웅치를 넘어온 왜군과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 전라감사 이광(李洸)은 남고산성에 진을 치고 있다가 왜군이 동문밖까지 이르렀다는 소리를 듣고 금구로 도망하였으며, 의병장 이정란(李廷鸞)이 군사를 모아, 위장전술을 구사하는 등의 전략으로 전주성을 지켰다. 이정란은 의병을 성밖에 만들어 놓고, 낮에는 깃발을 많이 세워놓고, 밤에는 온 산에 횃불을 올리게 하면서 기병으로 출몰하여 전주부성 내에 병력이 많이 있는 것처럼 꾸며 왜군을 속였다. 그러자 왜군은 성밑에 와서 살피다가 공격하지 못하고 달아나 버렸다.

이치는 진산(珍山)에서 전주로 들어오는 길목으로, 전주 동북쪽 대둔산의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왜군의 전라도 침공을 대비해, 도절제사 권율(權慄)은 1천 5백여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이치에 진을 쳤으며, 안덕원에서 왜군을 공략하고 이치에 도착한 황진은 최전방에 진지를 구축하였다.

이 싸움에서 황진은 그 휘하의 공시억 위대기 및 의병장 황박과 함께 제일선에서 고바야카와 부대를 맞아 대접전을 벌였다. 진두지휘하던 황진이 적의 조총에 맞아 중상을 입자 사기가 오른 왜군은 대공세를 펼쳤으나 공사억 등이 필사적으로 이를 방어하였다. 이치전투는 왜군 측에서 임진왜란 3대전의 하나로 꼽았을 만큼 치열한 혈전이었다. 이 싸움에서 조선군은 대승을 거두었다. 왜군은 시체가 수리에 걸쳐 널려 있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전의를 상실한 채 금산으로 후퇴하였다.

이렇게 웅치와 이치싸움으로 전라도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고, 전주성을 수호함으로써 조선 제일의 곡창지대 호남이 보존될 수 있었으며, 이렇게 됨으로써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